[이 작품을 말한다]'징검다리', 친구의 참의미 일깨워…

  • 입력 2002년 1월 25일 17시 24분


문예회관 대극장엔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무대를 응시하는 어린이들이 가득했다. 나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그림 동화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던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무대 위에서 불빛이 타오르고 그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기타소리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북소리도 들려왔다. 원시의 마을에서 풍요롭게 누리고 사는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추는데, 각박한 기계문명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칼을 움켜쥐고 생존에 쫓겨 울부짖었다.

심술스럽게 두 마을을 갈라놓고 사람들을 지배하는 강의 신 하백은 무섭고도 신비스런 모습으로 나타나고 사라지고. 우리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서로 화합하기 어려운 두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지켜보았다.

시퍼렇게 골 깊은 분단의 강물을 건너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것은 결국 눈 맑은 소녀와 소년의 사랑이었다. 하백에게 제물을 바쳐서 어렵게 선물받은 다리를 독점하려는 욕심쟁이 때문에 다시 강물을 빼앗기고 소년도 하백에게 끌려가 버린 뒤에 사람들은 서로 탓하며 적대하는데, 소녀는 용감하게도 그리움의 징검다리를 놓아 하백의 마음 움직여냈다. 언어조차 통하지 않던 두 마을의 사람들은 드디어 ‘친구’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고 기쁨에 찬 축제를 벌였다.

어린이들과 한 자리에서 연극을 보기는 처음이어서 객석에서 들려오는 천진한 웃음소리와 흥분된 외침들이 감동을 더해주었다.

극장을 나오다가 “친구, 우린 친구”라며 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어린 친구들을 가만히 돌아보았다.

2002년 새해 1월부터 우리는 극단 사다리의 징검다리를 통해 함께 나누는 세상을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김진주·사단법인‘나눔문화연구소’ 기획위원

▣공연정보

- 2월3일까지 매일 오후 2시, 4시

- 서울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

- 김지웅 정은영 권재원 백원길 출연, 로저 린드 임도완 연출

- 1만2000∼2만원

- 02-499-3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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