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 코끼리 열차 설치 "관광 활성화-경관 훼손"논란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00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에 코끼리 열차가 들어선다?

월드컵을 맞아 수원 화성에 관광용 모노레일(일명 코끼리열차)를 설치하려는 경기 수원시의 방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시는 화성 성곽으로부터 안팎으로 10m 정도 떨어진 지점을 따라 2m 정도 높이의 모노레일을 설치할 계획이다. 수원시는 “월드컵을 계기로 화성을 찾는 사람들이 좀더 편리하고 친숙하고 재미있게 성곽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인 5월까지 화성 성곽 전체 5.74㎞ 중 팔달산 시민회관부터 화홍문까지의 2.7㎞ 구간에 모노 레일을 설치하고 월드컵 이후엔 시민과 관광객들의 반응을 본 뒤 연장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

수원시의 한 관계자는 “우선 성곽 밖으로 10m 지점을 따라 모노레일을 설치하고 중간 중간 정류장과 볼거리 먹을거리 등 관련 부대 시설물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차량 모델의 경우, 화성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너무 현대적인 것 보다는 가마처럼 화성에 어울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수원시는 빠른 시일내 안을 확정해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신청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모노레일이 설치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원시의 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허권 문화부장은 “유럽의 파리나 찰즈부르크의 고성(古城)에도 순환관광열차가 설치되어 있는 것처럼, 주변의 자연 및 유적 경관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화성에 모노레일을 설치하는 것은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모노레일 관광이 단순 관광에 그쳐선 안되고 화성에 대한 교육프로그램과 연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화성의 유적 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높고 아직 설계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월드컵 개막 일정에 맞추다 보면 졸속 공사의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문화개혁시민연대 문화유산분과 김성한 간사는 “모노레일이 성곽으로부터 최소한 10∼20m 정도 떨어져야한다. 너무 가까우면 분명 성곽 훼손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원시의 안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수원시가 화성을 보존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관광상품화해 돈을 벌려고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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