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白 眉(백미)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16분


白 眉(백미)

眉-눈썹 미 壓-누를 압 卷-문서 권 傑-뛰어날 걸 逸-빼어날 일 斬-목벨 참

‘最高(최고)’를 뜻하는 말이 몇 개 있다. 無雙(무쌍)은 ‘이 세상에 둘도 없다’는 뜻이며 壓卷(압권)은 옛날 科擧試驗(과거시험)에서 壯元(장원)의 답안지를 맨 위에 올려놓았던 데서 유래된 말로 지금도 가장 훌륭한 작품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옛날 중국에서 書畵(서화)를 평가할 때 神品(신품), 妙品(묘품), 能品(능품)의 三品法을 사용했다. 神品은 氣韻(기운)이 생동하고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르기 힘들어 마치 하늘의 도움이라도 받은 것 같은 작품을 말했고, 이보다는 좀 못하지만 뛰어난 筆致(필치)에 韻致(운치)가 넘쳐흐르면 妙品, 묘사에 있어 원칙에 벗어나지 않은 작품은 能品이라고 했다. 지금 말로 하면 각기 傑作(걸작), 秀作(수작), 佳作(가작)이라고나 할까.

神品을 능가하는 작품이 있었으니 逸品(일품)이라 했다. 그러니 얼마나 뛰어난 作品인가. 최고의 傑作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서화의 평가에는 사용하지 않고 어떤 분야에서 특히 뛰어난 사물을 뜻할 때 종종 사용하고 있다. ‘傑出(걸출)한 名品(명품)’이다.

白眉도 같은 뜻이다. 우리말로 단지 ‘흰 눈썹’일 뿐인데 그런 뜻을 갖게 된 데에는 유래가 있다. 중국에서 三國時代라면 魏(위), 蜀(촉), 吳(오)가 패권을 다투던 시기를 말한다. 3세기 초였으므로 지금부터 1800년 전쯤 된다. 魏는 曹操(조조)의 아들 曹丕(조비)가, 蜀은 劉備(유비), 吳는 孫權(손권)이 각각 세운 나라다.

蜀나라 劉備의 명 참모에 馬良(마량)이라는 신하가 있었다. 지난 번 소개한 바 있는 ‘泣斬馬謖(읍참마속)’의 주인공 馬謖은 그의 동생이다. 일찍이 劉備로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혁혁한 공을 세우곤 했다. 그에게는 모두 5형제가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하나같이 재주가 뛰어났다. 게다가 字號에 모두 ‘常’자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동네 사람들은 그들을 두고 ‘馬氏五常’이라고 불렀다.

5형제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자는 馬良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눈썹이 흰색이었다. 그래서 그의 별명도 ‘白眉’가 되었다. 그 뒤 동네사람들은 ‘馬氏五常중에서도 白眉가 최고’ 라고 칭찬했다. 이 때부터 ‘白眉’는 가장 우수한 사람이나 작품을 형용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馬謖의 현명함도 馬良에게는 미치지 못했다고 하니 ‘白眉’가 있었다면 ‘泣斬馬謖’의 비극은 없지 않았을까.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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