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뽕밭섬 부리도를 아십니까"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56분


‘사라진 섬, ‘부리도(浮里島)’를 아십니까.’

70년대 초 서울 잠실지역 개발로 사라진 옛 부리도(浮里島)의 부렴마을 주민들이 15일 오후 송파구 잠실7동 아시아공원 부리도 기념비 앞에 모였다. 이들은 매년 음력 10월1일이면 부렴마을에서 하던 것처럼 ‘상신제(桑神祭)’를 지낸다.

이날 정성스럽게 준비한 술과 과일, 떡 등을 ‘뽕나무 신’에게 올린 50여명의 주민들은 향수에 젖어 서로 안부를 물으며 다소 들뜬 표정이었다.

부리도는 조선시대 누에고치를 키우던 ‘잠실(蠶室)’과 국립양잠소 격인 ‘잠실도회(蠶室都會)’가 있던 섬. 한강을 사이에 두고 현재의 구의동, 풍납동, 가락동, 대치동 등과 맞닿아 있었다.

71년 4월 물막이 공사를 벌이면서 육지로 변한 이후 잠실7동 고층 아파트촌으로 바뀌었 다. 아시아공원 내에 ‘부리도 기념비’가 있고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와 우성아파트 사잇길은 ‘부리도길’로 불린다. 양잠과 채소 재배로 생활하던 부렴마을 53가구 주민들은 하나둘씩 이 곳을 떠나 현재 남아있는 ‘원주민’은 김창국씨(61) 등 두 명에 불과하다. 김씨는 80년대 초 만들어진 부렴마을 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씨는 “옛 양잠길을 되살리자는 뜻에서 탄천 유수지에 뽕나무 묘목을 심는 등 ‘부리도 되찾기 운동’을 활발하게 벌여나갈 것”이라며 “원주민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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