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문방과 필적'展 "문인들 아끼던 필기구 구경하세요"

  • 입력 2001년 11월 6일 18시 46분


‘문학의 집·서울’의 정식 명칭은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이다. 문학의 집이 전국 곳곳에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 명칭 끝에 붙어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12월23일까지 개관을 기념해 ‘시인 작가들의 문방(文房)과 필적(筆跡)전’이 열리고 있다.

여러 문인들이 원고지 위에 육필로 글을 쓰던 시절 사용하다 아껴온 필기도구와 사연들을 보내왔다. 김남조 시인은 가죽으로 만든 글판을 공개했다. 김 시인은 ‘무릎 위에 글판을 놓고, 그 위에 놓은 원고지에 글을 써왔다’며 ‘30년의 연륜이 쌓인 글판’이라는 사연을 보내왔다. 도스(Dos) 시절부터 컴퓨터를 익혀온 이어령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67)는 직접 타자해서 프린트한 글을 보내왔다. 만년필로 글을 쓰던 시절 한쪽 손에는 늘 담배를 쥐곤 했던 그는 컴퓨터로 글을 쓰면서부터는 담배마저 끊어버렸다고 했다.

전시실 천장의 ‘픽처 레일’들에는 작가들의 초벌 원고가 달려 있다. 작가 최인호씨의 원고는 자신과 몇몇 식자공, 편집자들만 겨우 알아볼 수 있는 그야말로 초서(草書)체다. 가장 정서한 원고를 선뵌 이는 작가 김주영씨. 축소판 200자 원고지 칸칸을 깨알같은 글씨로 메웠으며, 빨간 사인펜으로 곱게 퇴고한 흔적을 볼 수 있다.

문학의 집을 찾아가는 길은 서울지하철 4호선 명동역이나 충무로역에서 내려 중부세무서 옆길로 교통방송국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면 된다.

문학의 집은 매달 둘째 넷째 수요일에 문인을 초청해 ‘문학강의’를 듣는다. 14일에는 작가 박완서씨(70)가 강연한다. 15일에는 남산과 한옥마을을 산책하면서 나무를 주제로 한 시와 산문을 읽는 ‘자연사랑 문학제’를 열고, 28∼30일에는 시 낭송 경연대회를 연다. 매주 금요일 이 집 뜰에서는 예술인들과 만나 음악을 들으면서 시와 산문을 낭송하는 ‘음악이 있는 문학마당’ 행사가 열린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3∼10월 하절기는 오후 7시까지, 동절기는 오후 6시까지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02-778-1026∼7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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