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式 사우나…중정부장 남산공관 옛모습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16분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등의 역대 부장들이 살던 공관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서울 중구 예장동 2의 20 과거 공관을 최근 ‘문학의 집·서울’로 바꾸는 데 간여한 인사들은 올 봄 지난 11년 동안 닫혀 있던 철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폐가의 모습 이면에 권위와 호사스러움의 흔적이 물씬 배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지 793㎡(240평), 연건평 491㎡(149평)인 공관은 크게 보아 지하층, 지상 2층, 8개의 방과 주방 거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곳은 지하층 총기보관대. 부장들의 근접 경호팀이 총들을 꽂아두던 곳이다. 옆에는 경호 숙직조가 묵던 방도 있었다. 창문들에는 특수 보안센서들이 있었다.

방들에는 크고 작은 욕실들이 딸려 있었다. 용변기들에는 70, 80년대 국내에 거의 들여오지 않았던 비데 설비가 있었다. 일본 토토사의 최고급 설비였다. 어떤 방에는 별도 욕실 대신 서랍처럼 여닫을 수 있는 외제 특수 세면대가 설치돼 있었다. 한 건축가는 “왜 이렇게 ‘씻는 설비’에 치중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2층에는 방안에 또 하나의 방이 있었다. 소파가 있는 대기실과 ‘부장’의 큰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옆에는 2평 크기의 핀란드식 사우나(사진)와 호사스러운 홈바가 있었다. ‘부장’이 손님과 함께 목욕을 한 다음 양주잔을 기울였던 곳으로 보인다.정원에는 단풍나무, 신갈나무, 연못, 바비큐 파티장, 그늘집 등이 있었다.

이 집은 1975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예장동 일대에 청사 일부를 세우면서 근처 한 기업가의 자택을 사들여 공관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곳이다. 90년 국가안전기획부가 서초구 내곡동으로 이전할 때까지 김재규-장세동-권영해-서동권-노신영씨 등 권력의 중심인물들이 살았던 곳이다. 서울시는 96년 이 공관과 근처 경호팀 숙소 등을 사들였으며 올해 ‘문학의 집’으로 개축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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