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지휘봉 누가 잡을까…김순규사장 중도퇴진 전망

  • 입력 2001년 10월 29일 18시 33분


김순규 예술의전당 사장(54)의 부인과 친인척이 최근 땅투기 의혹에 휘말리면서 김 사장의 사퇴 시기와 함께 후임 사장 후보에 대해 문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사장이 문화관광부 차관이었던 지난해 9월 부인과 친인척들이 경북 문경시 주흘산 일대 17만평의 땅을 사들였고 그 직후 이 지역이 관광지로 지정돼 땅값이 상승함으로써 개발 특혜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감사원 감사에서도 행정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렇게 여론몰이를 해나가는 것은 터무니없는 모함”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문화개혁시민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민간문화예술단체들은 김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에서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편이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본인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있지만 이번 주에는 거취 문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김 사장이 자진 사퇴해주길 바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문화계 안팎에선 김 사장의 퇴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위기와 함께 후임자 하마평이 무성하다. 예술의전당 사장은 정부 임명직으로 임기는 3년. 김 사장은 올 3월 취임했다.

현재 거론중인 사장 후보들은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연극인 손숙씨(전 환경부장관), 가수출신으로 문예진흥원 감사인 최희준씨(전 국회의원) 등.

서울대 음대 교수를 지낸 음악이론가인 이 총장은 예술종합학교 총장을 9년째 맡고 있으며 행정 능력을 보여줬고 문화부 내에서도 그를 호의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 문화계 한 인사는 “이 총장이 예술종합학교를 본궤도에 올려놓는데 크게 공헌했지만 한 사람에게 너무 오래 권한이 주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옮기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1998년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손씨는 연극인인데다 정권 핵심부와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최씨는 국회 문화관광위원으로 오래 활동했지만, 최근 예술의전당이 대중문화 공연 등 수익 향상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어 대중문화인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인 출신이 아닌 순수 관료 출신이 사장에 선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관료 출신인 김 사장이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할 경우, 문화부가 다른 관료 출신을 선임해 남은 임기를 채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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