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성 나노입자 대량생산 성공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8시 31분


동전 크기에 CD 1500장 분량 이상의 정보를 저장하고 원하는 세포에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나노입자의 대량생산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대 공대 응용화학부 현택환(玄澤煥·37) 교수는 17일 10㎚(나노미터, 10억분의 1m)크기의 철, 산화철 자성 나노입자를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현 교수가 개발한 자성(磁性) 나노입자는 향후 5∼10년 이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테라비트(1조비트)급 메모리 소자의 기초. IBM이 최근 개발한 하드 드라이브가 제곱 인치당 10기가비트(1기가비트〓10억비트)의 저장용량을 가진 데 비해 테라비트 메모리 소자는 그 100배에 해당하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또 약물을 자성 나노입자에 결합시킨 다음 자석으로 쇳가루를 옮기듯 인체 내부로 이동시켜 특정 세포에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 암세포에 결합시킨 자성 나노입자에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주면 열이 발생해 암세포를 죽일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IBM, 미국 하버드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매사추세츠 공대 등이 지난해부터 이 같은 자성 입자를 만든 바 있지만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생산량도 한번에 수그램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현 교수는 “다양한 크기의 입자를 만든 다음 원하는 입자를 다시 선택해내는 기존의 방법과 달리 처음부터 특정 크기의 입자만 만들어내기 때문에 한번에 수㎏의 생산량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 교수는 철 원자 하나에 일산화탄소 5개가 달라붙어 있는 원료물질에 열을 가해 철 원자들을 분리시킨 다음 그 원자를 블록을 쌓듯 결합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원하는 크기 이상으로 철 원자들이 결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비누막처럼 철 입자 주위를 둘러싸는 계면활성제가 이용됐다.

현 교수의 연구결과는 화학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인 ‘미국 화학회지’ 11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며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열린 학회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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