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트랜스젠더 무용가 진싱-'커밍아웃' 홍석천 대담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28분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인 중국 조선족 무용가 진싱(金星·34)과 지난해 9월 국내 유명인 최초의 ‘커밍 아웃’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탤런트 홍석천(30). 이들이 뜨거운 ‘뉴스 메이커’로 자리잡으면서 커밍 아웃, 트랜스젠더 등은 낯익은 단어가 돼버렸다.

커밍 아웃이 뭐 길래? ‘커밍 아웃’ 사건 이후 방송에서 퇴출되다시피한 홍석천이 진싱을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진싱은 ‘세계무용축제 2001’의 개막작 ‘상하이 탱고’ 공연(7-9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됨)을 위해 지난주 방한했다》

▽홍석천〓이번에 진싱이 공연한 ‘상하이 탱고’을 직접 관람했습니다. 저는 평소 무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무용수가 표현하는 기쁨과 슬픔이 제게 쉽게 전달됐어요.

▽진싱〓고마워요. 객석에 무용관계자가 아닌 일반 관객들이 많아 더 기뻤어요. 저는 언제든지 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매료시킬 자신이 있어요.

▽홍〓성전환 수술과 사랑 등 개인적인 경험이 작품 속에 많이 들어간 것 같아요.

▽진〓다른 장르의 예술도 마찬가지겠지만 춤은 자기 경험이 녹아 있을 때 가장 멋진 작품이 나오죠. 춤은 기본적으로 쉽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홍석천은 12월 뮤지컬 ‘가스펠’에 출연할 예정이며 본격적인 방송 복귀도 모색하고 있다. 장선우 감독이 만들고 있는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서 여전사역을 맡은 진싱은 이 영화의 마무리 촬영과 18일부터 중국에서 열릴 ‘아크로바틱 예술제’의 예술감독을 맡아 정신없이 바쁘다.

▽홍〓진싱은 어떻게 여러 장르의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죠?

▽진〓난 언제나 용감해요. 개인무용단 창단과 해외공연, 영화 출연 등 남들이 모험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할 때마다 ‘재미있게 놀자’는 기분으로 뛰어들어요.

두 사람은 첫 대면이었지만 성(性)을 둘러싼 화제 때문인지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진〓커밍 아웃으로 힘들었죠? 개인 생활이나 사회 활동 모두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홍〓아직도 어머니가 ‘석천이가 혹시 장가갈지 모른다’며 새벽 기도할 때는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요즘은 기분 좋은 일이 더 많아요. 길에서 마주친 젊은 엄마가 자기 아이에게 ‘너 홍석천 아저씨 알지. 사인 받자’고 하면서 다가올 때죠.

▽진〓제 어머니는 부산 출신인데 ‘진싱, 네 사주에는 아들이 있어’라며 아들 두두(현재 14개월)를 입양시켜줄 정도로 대단한 분이죠. 그런데도 나의 트렌스젠더 문제로 주변이 시끄럽자 ‘13억 중국 인구 중 하필 내 아들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내가 ‘엄마 아들은 특별하다’고 위로했죠.

▽홍〓중국에서 입양이 가능한가요.

▽진〓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난 아이를 좋아해 두 세 명의 아이를 더 입양할 생각이에요. 동성애 문제는 중국에서는 그렇게 따지지 않아요. 어떤 영역이든 노래 잘 하고 춤 잘 추고 연기 잘 하면 됐지.

왜 홍석천의 커밍 아웃은 문제가 된 반면 트랜스젠더 하리수는 그 사실로 오히려 인기를 얻고 있을까. 기자의 궁금증이었다.

▽홍〓한국 사회가 하리수를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어요. 난 커밍 아웃으로 ‘돌’ 맞고 하리수는 ‘돈’ 벌었죠. ‘이쁜 것들은 다 인정이 돼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하지만 다 하리수의 복이지요.

▽진〓하리수는 내가 봐도 이쁘긴 이뻐요. 아마 (홍)석천씨가 먼저 욕을 먹은 영향도 있을 거예요.

▽홍〓다시 커밍아웃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커밍아웃을 했을까, 아니면 포기했을까. 제 마음속으로 이런 질문을 자주 해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커밍 아웃했을 거예요. 진짜 ‘나’를 찾는 고백이었으니까. 지난달 네덜란드에 있는 옛 애인과 그의 새 애인을 만났어요. 모두 잘 살고 있었고, 서로 잘 살라는 격려를 했어요. 한때 이민이나 유학도 생각했지만 도망치는 것 같아 싫었고, ‘탤런트 홍석천’으로 승부를 걸 생각이에요. 이젠 더 잃을 것도 없어요.

▽진〓끊임없이 무대에 올라야죠. 영화나 연극도 좋아요. 가끔 점을 치는 데 38세 때 결혼 운이 있어요. 평생 3번이라나. 난 키가 크고 웃음이 매력적인 남자가 좋아요.

둘의 이야기가 끝날 즈음 홍석천이 머뭇거렸다. “선생님이라고 해야 될지. 호칭을?” 진싱의 대답은 “그냥 누나라고 불러”였다.

<정리〓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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