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여성총장들의 '일과 육아' 경험담

  • 입력 2001년 10월 3일 19시 14분


브라운대 루스 사이먼스, 프린스턴대 셜리 틸먼, 펜실베이니아대 주디스 로딘
브라운대 루스 사이먼스, 프린스턴대 셜리 틸먼, 펜실베이니아대 주디스 로딘
1994년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주디스 로딘은 아이비리그(Ivy league) 최초의 여성 총장이 되었다. 그리고 올 여름 다른 두 명의 여성이 아이비리그 여성 총장의 대열에 합류했다. 프린스턴대의 셜리 틸먼과 브라운대의 루스 사이먼스 총장. 이 세 사람이 만나 자신들의 일상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로딘〓아이비리그 최초의 여성 총장이 되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인 동시에 짜증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제 여성 동료가 생기게 되어 아주 기쁘다.

사이먼스〓그렇다. 심리적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

로딘〓아이비리그는 사실 스포츠리그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학 동문들이 여자를 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틸먼〓여자들이 운동에 관심이 없다며 걱정하는 얘기를 나도 들었다.

사이먼스〓여자 총장이 여성 스포츠만 편애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로딘〓나는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성별과는 상관없이 평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총장이 된 후 나는 여성으로서의 경험 덕분에 우리 대학 직원들을 위해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사이먼스〓그렇다. 그런 정책은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틸먼〓나는 프린스턴대에서 일하기 시작한 직후 오전 7시30분에 자주 회의를 갖기로 유명한 한 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8시15분에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하는 어린애 둘을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그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 위원회에 합류하면서 나는 만약 7시30분에 회의가 열린다면 참석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 후로는 오전 7시30분에 회의 예정이 잡힌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로딘〓틸먼은 좀 특이한 교수였던 것 같다. 그 때 틸먼이 신분을 보장받은 정식교수였는지 궁금하다.

틸먼〓난 그저 거리낌없이 내 의견을 밝히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로딘〓아마 대부분의 젊은 여자교수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예일대의 심리학과 학과장으로 있을 때 놀이방에 맡겨놓은 아이를 번번이 늦게 데리러 갔다. 놀이방 선생님들도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었으므로 화가 나서 “한 번만 더 늦으면 아이를 거리에 세워놓고 그냥 가겠다”고 말했다. 난 정말 뭐라 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회의 도중 5시3분이 되었을 때 결국 온통 남자뿐인 데다 나보다 선배인 동료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 회의는 끝났습니다. 제 아들을 데리러 가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틸먼〓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 때만이라도 거기에 맞춰 일을 조정해야 한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로딘〓문제는 그 기간이 가장 열심히 일해서 경력을 쌓아야 할 기간과 겹친다는 점이다.

사이먼스〓나는 기업의 남성 최고경영자들 몇 명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들도 지금 우리가 얘기한 것과 아주 비슷한 경험들을 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남자들도 아이가 어릴 때에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얘기다.

(http://www.nytimes.com/2001/09/09/magazine/09SHOPTAL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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