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옥한흠 목사 "금권선거 근절위해 제비뽑기 관철"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38분


개신교 최대 보수교단인 예수교장로회 합동측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예장 합동측은 21일 서울 충현교회에서 열린 총회에서 금권 타락선거 근절을 위해 부총회장의 ‘제비뽑기’ 선거를 제도화하는데 성공했다. 부총회장으로는 한명수목사가 이날 제비뽑기를 통해 당선됐다. 부총회장은 다음해에 자동적으로 총회장이 된다.

제비뽑기 선거는 작년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키로 한 것이지만 올 총회를 앞두고 영향력이 큰 전국장로연합회 등의 집요한 반대에 부딪혀 한때 시행자체가 불투명해 보이기도 했다.

제비뽑기를 앞장서 추진해온 합동측 목회자들의 모임인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 회장 옥한흠 목사(서울 사랑의교회 담임)를 만나 총회 결정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옥 목사는 교갱협뿐 아니라 예장 통합측, 기독교장로회 등 보수와 진보교단을 망라한 개혁적 목회자들의 모임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회장도 맡고 있다.

-제비뽑기를 관철시킨 소감은.

“96년 교갱협 출범이후 계속 제비뽑기를 주장해왔어요. 민주사회에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투표방식의 선거를 보류하고 제비뽑기로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은 제 살을 깍는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에 있었습니다. 굳이 제 입으로 그런 절박한 상황이 무엇인지 말하고 싶진 않아요. 이번에 한국 교회에서 처음으로 제비뽑기를 제도화한 것은 우리 교회지도자들이 교회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 의식에 공감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제비뽑기가 뜻대로 관철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요….

“제비뽑기는 당초 올해 한번만 하기로 되었었습니다. 그러나 당분간은 타락선거를 막기 위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의 믿음이었지요. 제비뽑기를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규칙부를 통해 안건을 상정해 다시 출석위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했는데 이게 만만치 않았지요. 총회를 앞두고 반대의견이 힘을 얻은데다 총회 마지막날 젊은 목회자들이 많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저도 통과를 자신할 수 없었고 결국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하자’고 맡겼습니다. 그런데 투표결과 553표 중 찬성 401표, 반대 152표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습니다.”

-제비뽑기가 성경적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저는 투표도 성경적이고 제비뽑기도 성경적이라고 봅니다. 설혹 둘 중 어느 하나만 성경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교회의 타락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그대로 놔둘 수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제비뽑기를 추진한 것은 최소한 교회가 선거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받는 일은 하지 말자는 취지에서입니다.”

-당장은 금권선거를 막기 위해 제비뽑기를 시행하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투표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건 언제쯤일까요.

“모두 제비뽑기에 대해 만족한다면 10년, 20년도 갈 수 있다고 봅니다. 언젠가는 총회 대의원인 목사와 장로들이 다시 투표로 의견을 모을 때가 올 것이고 그때 다시 자연스럽게 돌아갈 것입니다.”

-제비뽑기 관철에 이어 다음과제는 무엇입니까.

“아직도 총회 노회 등이 풍기는 인상은 옛 농촌사회에서 조그만 교회들이 모여 회의하는 것 같습니다. 장로교가 갖고 있는 정신과 조직으로서의 장점을 살리면서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총회와 노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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