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문열씨 '곡학아세' 논쟁 소설화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44분


소설가 이문열씨(54·사진)가 7월언론사세무조사를 둘러싸고 벌어진‘곡학아세(曲學阿世)논쟁’에대해자신의입장을 담은 단편소설을발표해논란이예상된다.

문제의 작품은 금주 발간될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 10월호에 실리는 단편소설 ‘술 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 이씨는 ‘세상과 주고받은 요란한 시비’로 고향에 있는 ‘광려산 글 집’으로 낙향한 ‘저 사람’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 아무개를 통해 일련의 논쟁에 대한 소회를 피력했다.

유장한 의고체(擬古體)로 이 아무개의 인생 역정을 전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이 소설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언관(言官) 없는 조정(朝廷)을 원하나’라는 벽서(壁書)로 일어난 큰 소동”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여기서 이씨는 “소설가 이 아무개가 겉으로는 엄연한 나라의 징세권 발동을 언로(言路)를 막고 언관을 억누르는 일로 본 연유”를 밝히면서 한 여성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이 여성 의원에 대해 이씨는 “율사(律士)에서 선의왕(善擬王·대통령)의 총신(寵臣)이 된 한 여류(女流)”라고 빗대면서 “‘저 사람’을 ‘곡학아세’로 몰아세우더니 일이 잘 안 풀리자 술을 퍼 마시고 아재비 뻘은 되는 ‘저 사람’에게 비가당자(非可當者·가당찮은 놈)라고 마구잡이 욕설을 퍼부었다”고 적었다. 그리고 그는 “개는 각기 주인을 위해 짖는 법(犬吠爲其主)이지만, 함부로 짖고 물다가는 주인을 욕보이기도 하는 법”이라며 “한때는 그 주인을 여지없이 나무랄 궁리도 해보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아무개 소설가가 뜻 아니하게 떠맡게 된 언관의 수호자 역할도 적지 아니 곤혹스러웠다”거나 “사회의 갈등이 다시 분열의 형태로 솟구치는 걸 보는 일도 괴로웠다”면서 자신의 인간적 갈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씨는 “소설의 일부 내용이 본인의 경험과 닮아 보이는 부분은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소모적인 피로를 겪은 주인공 같은 사람에게 돌아가 쉴 고향이 남아 있는지 생각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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