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작품은 금주 발간될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 10월호에 실리는 단편소설 ‘술 단지와 잔을 끌어당기며’. 이씨는 ‘세상과 주고받은 요란한 시비’로 고향에 있는 ‘광려산 글 집’으로 낙향한 ‘저 사람’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 아무개를 통해 일련의 논쟁에 대한 소회를 피력했다.
유장한 의고체(擬古體)로 이 아무개의 인생 역정을 전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이 소설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언관(言官) 없는 조정(朝廷)을 원하나’라는 벽서(壁書)로 일어난 큰 소동”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여기서 이씨는 “소설가 이 아무개가 겉으로는 엄연한 나라의 징세권 발동을 언로(言路)를 막고 언관을 억누르는 일로 본 연유”를 밝히면서 한 여성 국회의원과 시민단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이 여성 의원에 대해 이씨는 “율사(律士)에서 선의왕(善擬王·대통령)의 총신(寵臣)이 된 한 여류(女流)”라고 빗대면서 “‘저 사람’을 ‘곡학아세’로 몰아세우더니 일이 잘 안 풀리자 술을 퍼 마시고 아재비 뻘은 되는 ‘저 사람’에게 비가당자(非可當者·가당찮은 놈)라고 마구잡이 욕설을 퍼부었다”고 적었다. 그리고 그는 “개는 각기 주인을 위해 짖는 법(犬吠爲其主)이지만, 함부로 짖고 물다가는 주인을 욕보이기도 하는 법”이라며 “한때는 그 주인을 여지없이 나무랄 궁리도 해보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아무개 소설가가 뜻 아니하게 떠맡게 된 언관의 수호자 역할도 적지 아니 곤혹스러웠다”거나 “사회의 갈등이 다시 분열의 형태로 솟구치는 걸 보는 일도 괴로웠다”면서 자신의 인간적 갈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씨는 “소설의 일부 내용이 본인의 경험과 닮아 보이는 부분은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소모적인 피로를 겪은 주인공 같은 사람에게 돌아가 쉴 고향이 남아 있는지 생각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