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동안교회 김동호목사 화제

  • 입력 2001년 6월 21일 18시 46분


◇'잘 나가는' 대형교회 떠나 개척교회서 새출발

개신교계에서 신망이 높은 서울 이문동 동안교회 김동호 목사가 17일 주일예배 설교를 통해 교인 5000여명인 동안교회 목회를 다른 목사에게 넘기고 새로운 개척교회를 만들겠다고 선언, 교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목사는 이날 교회 설립 43주년을 맞아 ‘건강한 교회’란 주제의 설교를 통해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편안한 목회활동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은 김목사의 주일 설교내용 요약.

“우리 교회는 지난 1년 동안 장년 출석만 1000명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성장한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주 어느 집사님 한 분이 교회 게시판에 좋은 글을 올리셨습니다. 우리 교회는 찬양예배에 찬양이 약하고 수요기도회에 기도가 약하다는 내용의 말씀이었습니다.

왜 그같은 약점과 문제점이 즐비한데도 교회는 계속 성장을 하는 것일까요. 제가 참으로 바보같은 소리 한번 하겠습니다. 여러분 혹시 그것이 ‘저’때문이 아닙니까. 많은 교회가 대개 담임목사 한 사람 때문에 성장합니다. 저는 그와 같은 교회는 건강한 교회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그런 패턴을 밟아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여러분 목사 한 사람의 영향력에 의해 교회가 성장하는 것을 부인하세요. 그 줄을 끊어야만 교회가 살고 여러분이 살고 제가 삽니다. 91년 12월 1일 이 교회에 부임한 이후 저는 바른 목회를 위해 나름대로 생명을 걸고 피나는 싸움을 했습니다. 한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어 교회에 사표를 낸 적도 있습니다.

이제 동안교회는 싸움의 성공으로 말미암은 열매를 따먹는 잔칫집과 같아졌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잔칫상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하나님 나라에서 잔칫상을 받고 싶습니다. 동안교회는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저도 속기 쉽고 동안교회도 속기 쉽습니다. 저는 하나님이 허락해 주시면 동안교회의 목회를 10년으로 정리하고 교회를 분립 개척해 한 10년 동안 열심히 새로운 싸움을 싸워보려고 합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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