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문학 심포지엄]"광장의 이명준은 아직 현재진행형"

  • 입력 2001년 4월 15일 19시 09분


소설 ‘광장’ 발간 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최인훈 문학 심포지엄’이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4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정과리 정호웅 최준호 등 발표자를 비롯해, 김치수 김병익 김주연 이인성 등 문단 인사들과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출신 제자 등 모두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최인훈씨는 행사장에 일찍 도착해 주최측인 문학과 지성사 관계자에게 “얼마나 내가 자리를 지켜야 예의를 갖추는 게 되느냐”고 물으며 쑥쓰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씨는 심포지엄 개막에 앞서 간단한 인사말을 통해 이번 행사를 마련한 후배 문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광장’을 여섯 번이나 개작한 취지를 밝혔다. 그는 “실무적인 글과 달리 예술적인 글은 마감시간이 없는 작문이어서 개작을 여러번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축하인사에서 “‘광장’은 억압의 70년대, 변혁의 80년대, 해체의 90년대를 넘어 2000년대 사이버문명의 세기에 이르기까지 계속 살아 숨쉬는 고전”이라고 평가했다.

1960년11월 문예지 ‘새벽’에 600매 분량으로 발표된 ‘광장’은 한국 전쟁에 휘말린 지식인 이명준이 남과 북이 아닌 중립국행을 선택한다는 줄거리로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작품이다.

최씨는 이날 행사 시작후 기념촬영을 한 다음 10분만에 행사장을 총총히 떠났다. 기자들에게 그는 “이 자리 주인공은 최인훈이란 사람이 아니라 최인훈의 소설과 발표자”라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최인훈씨의 제자인 윤희상씨(시인)는 “선생님은 소설 창작 강의 때에는 문장론이나 수사론을 가르쳐주는 대신 DNA에 대한 리포트를 써서 일일이 발표하도록 시켰다”면서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전문가를 능가하는 식견을 가진 선생의 면모에서 문인이 갖춰야 할 바람직한 자세를 배웠다”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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