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가구 박람회-'東西의 만남' 21세기 화두로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37분


올해에는 어떤 가구가 유행할까. 최근 이탈리아의 패션도시 밀라노에서 가구박람회가 열려 고급가구의 최신 경향을 드러냈다.

올 박람회에는 중국 문화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 계통의 ‘차이니스 레드’ 색상의 가구들이 눈에 띄었다. 빨강을 중심으로 노랑, 오렌지, 그린 등 강렬한 색채가 주종을 이뤄 전시장은 ‘발랄’ ‘유쾌’ 그 자체였다.

▽‘동양의 신비’ 마케팅〓오리엔탈리즘의 초강세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침대, 테이블, 소파 등 가구의 높이는 크게 낮아졌다. 이탈리아 가구회사 ‘비앤드비(B&B)’사의 전시장에는 다리가 없는 침대가 메인가구로 전시돼 있었다. 침대인지, 평상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B&B사의 티 테이블은 아예 바닥에 앉아서 마실 수 있도록 낮게 만들어 우리의 좌식(坐式)생활을 떠올렸다.

나머지 테이블들도 넓은 교자상이나 평상을 보는 느낌을 주었다. 평상 위에 매트리스를 올려놓은 침대도 선보였다. 소품도 대나무와 도자기 등 동양의 소품을 쓴 것들이 많았다.

한국의 국민대 테크노 디자인 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건축 전공과 학생들도 한지를 이용한 가구 중간에 좁은 원형 유리를 설치해 김홍도의 ‘춘화’를 살짝 훔쳐볼 수 있게 한 다용도 수납장과 용비어천가를 응용한 병풍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샘 개발실 디자이너 김태선씨(27·여)는 “세계 유명디자이너들은 2, 3년 전부터 동양의 좌식 문화를 이해하고 분석해 왔다”며 “올해 우리나라 가구시장도 이 영향을 받아 높이를 낮춘 가구가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출하는 아이디어〓냉장고를 붙박이식으로 설치한 후 문을 가구처럼 처리함으로써 장식장과 냉장고의 기능을 함께 살린 가구형 냉장고도 선보였다.

이탈리아 생활가구 제조회사인 ‘카르텔’ 전시장에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플라스틱의 싸구려 느낌을 없앤 형형색색의 의자가 눈에 띄었다. 디자이너 필립 스톡은 아예 플라스틱만으로 다양한 색상의 소파를 만들었다.

알루미늄을 다양하게 쓴 ‘이카미’사는 소파와 테이블은 물론 침대까지 메탈 느낌을 살리면서 알록달록한 소파 천으로 따뜻함을 보완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환경친화적인 신소재도 선보였다. 3차원 유리섬유, 홀로그램 등을 이용한 가구제작이 곧 현실화될 전망이다.

소파도 무거운 가죽보다는 가벼운 느낌의 천이 강세였다.

반투명유리인 포기 글라스(foggy glass)는 업체마다 빼놓지 않은 소재. 박람회 관계자는 “반투명유리는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밖에서 알 수 있게 하면서도 내부가 완전히 노출되는데서 오는 산만함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구 안에는 푸른색 붉은색 등 색이 수시로 변하는 조명장치를 넣어 화려함을 살렸다. 가구의 문은 여닫는 것보다 미는 슬라이딩 문이 많았다. 서랍이나 수납장에는 레일을 달아 실용성을 높였다.

올 가구박람회에는 16만5000여명이 다녀갔으며 35개국 2524개 업체가 참가했다. 밀라노 시내 곳곳의 빌딩과 창고 등 500여 곳에서 디자이너와 기업들이 전시회를 열었다.

<밀라노〓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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