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문' 건립 물건너가나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52분


정부가 새천년 기념 국가조형물로 추진하던 ‘천년의 문’ 건립계획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였다.

문화관광부는 ‘천년의 문’ 건립에 필요한 민자 유치계획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이 달말로 예정된 기공식을 갖지 않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문화부는 이같은 방침에 따라 재단법인 ‘천년의 문’(이사장 신현웅) 측에 15일까지 재원조달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제출토록 지시했다.

문화부 고위관계자는 14일 “당초 국고 지원 100억원과 국민성금 모금, 민자 유치 250억원 등 총 350억원을 들여 새천년 기념물을 건립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다”면서 “그러나 재단 측이 ‘천년의 문’으로 높이 200m짜리 원형 띠 모양의 조형물을 짓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공사비 예상액이 200억원이나 늘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국고 100억원 외에는 더 이상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재단 측이 나머지 공사비 조달 계획을 확실히 밝히지 않으면 ‘천년의 문’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단 측은 문화부가 국고 보조를 200억원으로 늘리기로 약속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채 민자유치 계획만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단 측의 한 인사는 “지난해 ‘천년의 문’을 원형건조물로 짓기로 확정한 뒤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 주재로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서울시장 등이 모여 여러 차례 회의를 갖고 국고 지원을 200억원으로 늘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면서 “문화부가 ‘천년의 문’ 건립 계획을 백지화할 경우 당시 회의록을 공개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의 이같은 공방과 함께 민간 차원에서도 ‘천년의 문’ 건립을 놓고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공동대표 이필상 고려대 교수)은 지난해 12월 ‘천년의 문’ 건립계획을 예산낭비 사례로 뽑아 ‘밑빠진 독 상(賞)’을 주면서 건립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한양대 손관중 교수(현대무용) 등 문화예술계 인사 150여명은 11일 한양대 체육대학 세미나실에서 ‘천년의 문 건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결성대회를 갖고 “정부는 국가상징물로 ‘천년의 문’을 건립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천년의 문’ 건립계획 자체가 취소될 경우 약속 불이행에 따른 정부의 공신력 추락과 함께 정부 안팎에서 책임 논쟁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