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수련 말라" 천주교도 동조 확산되자 지도부 경고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34분


천주교 사제와 신도들 사이에 단전호흡과 기공수련 등이 번져나가자 천주교 지도부가 우려를 표시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강우일 보좌주교는 최근 교구 내 사제와 수도원 수도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교회 내에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중에 기(氣)를 통한 수련방법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큰 문제의식 없이 건강상의 이유로, 또는 묵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기 수련 문화와 관계를 맺었던 성직자나 수도자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혼돈을 초래할 우려가 있음을 감안해 분별력 있게 행동하라”고 당부했다.

천주교에서는 최근 타종교와의 대화가 강조되면서 수도회를 중심으로 묵상과 유사한 기 수련을 경험해본 수도자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일반 신자들에게 기 수련을 권면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지도부가 긴급제동을 걸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홍보실 정웅모 신부는 “주교가 직접 이같은 공문을 내려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강주교는 이 공문에서 “기성 종교의 권위와 가치, 제도를 거부하고 개인의 잠재능력을 개발해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신흥 종교운동은 명상, 요가, 기, 선(禪) 등과 같은 수련방법을 제공하며 한국 사회에서도 널리 동조자를 모으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이어 “기 수련 문화는 처음에는 비록 건강의 보조수단으로 다가오지만 차츰 정신세계와의 교류가 전제되고 자연스럽게 종교적 차원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공존하기 어려운 신비주의적 우주관으로 연결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1989년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내려보낸 ‘그리스도교 명상의 일부 측면에 관하여 가톨릭교회의 주교들에게 보내는 서한’이라는 문헌을 인용하면서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기 위한 그리스도교 신비주의는 엄격한 의미에서 기교나 기술에 바탕을 두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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