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 그는 ‘시간과 공간’ ‘동해인’ ‘해변’ 등 100호∼300호의 대작 총 23점을 선보인다. 닳아 터진 마대, 길 위에 깊게 패인 자동차 바퀴자국, 젊음을 모두 보낸 주름진 얼굴의 동해안 어부 등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대상들을 따뜻하면서도 세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사물에 대한 묘사력이 뛰어난 그는 특히 리얼리즘의 본고장인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주목받아왔다. 이번 초대전 외에도 러시아 연해주 주립미술관 전시(1998년) 베이징 중국미술관 해외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국립 러시아미술관 초대전(1999년) 등을 가진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다. 이 가운데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 러시아미술관 초대전은 외국 생존작가에게 처음 허용된 전시여서 당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홀로 미학의 세계를 깨우쳐 온 화가. 온갖 풍상을 겪어온 인생역정 때문인지 그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비천한 구석들을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이를 섬세하게 화면에 담아낸다. 중국의 한 미술평론가는 이번 상하이미술관 전시팜플렛에 실린 글에서 “그의 창작에는 박애주의가 흐르고 있는데 이는 중국 문화의 정신과 일맥 상통한다”고 평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