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렐루야 기도원 비리 의혹에 비난 빗발

  • 입력 2000년 12월 17일 14시 44분


방송 중지를 요구하는 할렐루야 기도원 신도들의 시위사태까지 빚어냈던 SBS TV 「문성근의 다큐세상-그것이 알고 싶다」 `할렐루야기도원의 실체' 편이 16일 밤 10시 55분에 방송됐다.

일부 종교단체나 유사종교집단의 비리와 의혹이 TV의 고발성 프로그램에 의해 폭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할렐루야 기도원을 둘러싼 숱한 의혹이 여러차례 제기된데다 방송 직전 수천명의 신도들이 서울 여의도의 SBS 본사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해 이 프로그램은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SBS는 당초 예고한 대로 신도들의 증언을 토대로 죽을 병에 걸린 환자를 이른바 성령치료로 낫게 한다는 김계화 원장의 허구성을 고발하는 한편 불법의료행위, 집단매독 감염, 무허가 보약 조제, 불법 건축물 건립, 외화 유출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김계화 원장의 안수행위가 이단이라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의 지적과 병이 나았다고 주장하는 환자들도 이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거나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고 느꼈을 뿐이라는 의사의 설명도 곁들였다.

특히 집단최면을 연상시키는 광기어린 안수기도 장면이라든지 SBS 제작진의 취재요청을 거부하며 김원장이 욕설을 퍼붓는 대목, 신도들이 SBS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을 폭행하는 광경 등은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SBS는 프로그램 말미에 할렐루야 기도원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김계화 원장의반론을 15분 가량 덧붙였다.

김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초기에 신도들이 모여들어 자발적으로 집을 짓다보니불법 건축문제가 불거져나왔을 뿐 그 뒤로는 불법 건축을 한 적이 없다 △외화를 불법으로 유출한 적은 없고 오히려 외화를 들여와 국민은행에 100만 달러를 예치해놓았다 △이단 문제는 하나님만이 정죄할 수 있으므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이단 판정에 개의치 않고 더욱 열심히 하나님께 충성할 뿐이다 △다 죽게 된 환자가 왔다가 어쩌다 몇 명 낫지 못한 것을 두고 과실치사라고 할 수 있는가 △보약을 조제한 적이 없고 건강식품을 만들었을 뿐이다 △매독 감염 의혹은 특정 방송사의 조작이다(당시의 증언이 잘못된 것이라는 신도 부부의 해명을 삽입) △손톱으로 긁는 등 위험한 성령수술을 한 적이 없다 등의 해명을 했다.

진행자인 문성근은 마무리 멘트에서 "김원장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제기한 의혹이 거의 풀리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수사당국이나 사법당국이 의지를 갖고의혹을 명백히 밝혀낼 때까지 관심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그것이 알고 싶다」 팀에는 시청자들의 전화가 한꺼번에 쇄도해 한동안 불통됐으며 SBS 보도국에도 할렐루야 기도원의 행태를 질타하고 SBS를 격려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SBS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김계화 원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라든지 공권력의 무사안일을 공박하는 내용 등이 순식간에 수천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는 "할레루야 같은 곳 때문에 우리 기독교가 욕먹는다"는 자성적인 의견도 일부 눈에 띄었고 "기독교를 죽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그러나 프로그램 자체의 공정성을 문제삼는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할렐루야 기도원 신도들의 난입을 우려해 경찰병력이 방송 시간을 전후해 SBS본사 주변을 철통같이 에워쌌으나 우려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할렐루야 기도원 측의 집단적인 항의소동도 17일 오전까지는 없는 상태다.

오히려 할렐루야 기도원을 비난하는 시청자 의견이 할렐루야 기도원의 인터넷홈페이지로 쇄도해 할렐루야 기도원 측은 서둘러 사이트를 폐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93년 3월 MBC 「PD 수첩」이 매독 집단감염 의혹을 폭로했을 때 할렐루야 기도원 측이 극렬한 시위 끝에 결국 MBC의 사과를 받아냈던 것을 감안하면 김계화 원장과 열성 신도들이 잠자코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론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SBS가 제기한 의혹이 워낙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할렐루야 기도원 측의 대응 여부와 경찰을 비롯한 관계당국의 태도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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