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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8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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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위원인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의 김수진(金洙鎭) 교수는 최근 ‘불국사 다보탑의 훼손 현황과 보존 대책’이란 보고서를 통해 “다보탑이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어 해체 복원 등의 정밀 보존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산성비와 동해 바닷바람의 염분으로 인해 탑의 강도가 약해졌고 △이끼가 끼어 석재 표면이 손으로 긁어도 긁힐 정도로 많이 훼손됐으며 △석재에 작은 구멍들이 많이 뚫린 데다 △습기가 탑을 따라 지면에서 1m 이상 올라와 있으며 △석재 곳곳이 균열돼 있고 △빗물을 맞는 8각 난간 부분의 조직이 상당히 이완되고 강도가 떨어져 있는 등 다보탑의 훼손 상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직접 확인한 결과 탑의 아래쪽 계단 부분에 이끼가 가득했고 탑 곳곳에는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훼손은 기본적으로 탑이 세워진 지 1200여년이란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존 대책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특히 석가탑과 달리 다보탑은 석재가 가늘고 구조가 복잡해 자칫 잘못할 경우 부러지거나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 다보탑은 그 독특하고 화려한 모양에서 세계 유일의 석탑이어서 보존 가치가 높은 문화재다.
김 교수는 다보탑 보존 방안으로 탑을 해체한뒤 보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8각 난간 중앙부 빗물 누수의 원인을 찾아내고 대책을 강구하려면 탑을 해체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탑 기단 하부로부터 습기가 석재를 타고 올라오고 있으므로 기단부를 파헤쳐 습기 이동 상태를 점검한 뒤 습기 차단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전문가들도 해체 복원의 필요성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해체할 경우 평소 밖에서는 알 수 없던 탑 내부 석재의 훼손 정도를 정밀 진단할 수 있다. 실제 산성비가 내려 빗물이 탑의 석재 속으로 들어가면 표면은 오히려 단단해지지만 속은 약해진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다보탑 석가탑을 정밀 진단한 결과 탑의 기울기 등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내년초 종합적인 진단 결과가 나오면 문화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해체 보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체 보수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여 빠르면 내년초부터 다보탑 석가탑 모두 해체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