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곳에 사는가]이웃 情 새록새록…"원더풀 코리아"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03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이 막 끝난 7일 밤. 파란 눈, 노란 머리의 현대 유니콘스 톰 퀸란(32)은 아파트 현관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현관문에 ‘나의 친한 친구, 톰 퀸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꼽힌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1601호에 사는 윤씨 가족’ 이라는 쪽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인 데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이웃과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던 그였기에 기대하지 않았던 축하메시지는 더욱 고마웠다.

◇수원 한일타운 거주 '현대 유니콘스' 퀀란씨◇

“낯선 곳에서는 나와 가족의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늘 잘 대해주는 이웃 덕분에 한국에서의 야구 생활이 즐겁습니다. 남미에서도 선수생활을 해보았지만 한국처럼 안전하고 편안하지는 않았지요.”

현대 유니콘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1등 공신인 미국인 퀸란은 수원 야구장 앞 한일타운에 산다. 한일타운은 5282가구의 대단지. 이 곳에 집을 정한 것은 구단이다. 야구장과 가깝다는 이유 때문.

◇안전하고 편안 '고향같은 한국'◇

고향인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고층 대단지 아파트를 본 적이 없던 그가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는 낯설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곳 21층에 위치한 아파트가 코리안드림을 실현시킨 보금자리가 됐다.

“처음엔 공해를 염려했지만 산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공기도 좋은 것 같아요. 단지가 넓고 깔끔한 것도 만족스럽습니다.”

장난꾸러기 아들 코리(7)와 동갑내기 아내 대닌도 이 곳 아파트 생활을 즐긴다. 대닌은 단지와 접해 있는 삼성홈플러스에서 쇼핑하는 것을 좋아한다. 퀸란은 “잘 생긴 외모 덕에 총각 때는 여자들을 달고 다녔다”고 주장하면서 “아들 코리도 나를 닮아 아파트 단지 내에 여자 친구가 3명이나 된다”고 자랑했다.

오전 9시30분 그는 코리가 깨울 때 일어난다. 코리와 공놀이를 하고 게임방을 다녀온 후 점심을 먹는다. 그가 먹는 음식은 스파게티, 햄치즈샌드위치, 치즈버그, 갈비, 스테이크 등 다섯 가지.

◇아들과 단지 인근 쇼핑즐겨◇

오후 1시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한 뒤 야구장으로 향한다. 3시부터 6시10분까지 훈련을 마치면 경기에 들어간다. 시합을 마치고 오후 10시경 귀가하면 다시 코리와 놀며 피로를 달랜다. 33평 아파트 거실이 아들과 공놀이하기에 충분하다.

경기가 없는 날은 서울에 간다. 화서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 전철을 타고 이태원이나 강남 코엑스몰로 향한다. 억대 연봉을 받지만 알뜰하게 사는 편.

내년 시즌에도 한국에서 야구를 하는 그는 “한국에서 3, 4년 더 뛴 후 야구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이 곳에서의 생활이 빅리그(미국 메이저리그) 생활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생활에 만족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는 아이를 하나 더 얻는 것이 소원. 이를 위해 현재 아내를 열심히 설득 중이다. 그는 자신의 별명 ‘왕엉덩이’(BIG ASS)에 대해 “한국 프로야구 선수 중 내 엉덩이가 가장 큰 게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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