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여성운전자 당당하게 운전하세요"

  • 입력 2000년 10월 30일 18시 50분


《초보 운전자인 주부 김단비씨(31·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자동차의 긁힌 자국만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내 살에 상처가 난 것만 같다. 물론 안다. 자신의 운전부주의 때문이라는 걸. 그러나 “여자라 반사신경이 늦다니까” 같은 상대방의 한마디에 자신감을 잃고, “여자가 집에서 솥뚜껑 운전이나 하시지” 같은 무지막지한 소리엔 분기가 탱천한다. 정말 여성은 운전실력이 남성보다 떨어지는 것일까?》

◇여성사고율이 훨씬 낮다

“남자 100명당 2건꼴로 사고를 내는 반면 여자는 100명당 0.5건꼴로 사고가 납니다. 그만큼 안전운전을 한다는 뜻이죠.”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박사(교통시설운영연구부 연구위원)는 여성이 조심스럽게 운전한다고 뒤에서 ‘빵빵’거리는 운전자는 여성에 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남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여성의 운전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자신감 있게 운전하라는 조언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사 관계자는 “큰 사고는 아니지만 후미추돌이나 주차 관련 사고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많이 일으킨다”고 했다. 몸짓언어의 세계적 권위자 앨런 피즈와 바버라 피즈는 이에 대해 “여자는 뇌 구조상 남자보다 공간지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단순 명쾌하게 설명한다. 목적지까지 가는 데는 지장이 없으나 주차를 하거나 지도를 읽는 등의 ‘공간’문제에 부닥치면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주차는 실력보다 요령

“주말 오후 만차가 된 백화점에 들르면 ‘2단 파킹’이라는 평행주차를 해야 하는데 앞바퀴와 뒷바퀴가 일자로 되지 않아 시간을 많이 허비해요.”

직장인 최지원씨(25·제동물산)는 평행주차를 할 때면 진땀이 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영국의 한 운전학원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남자들은 71%가 단번에 평행주차에 성공하는 데 비해 여성의 첫번째 성공률은 23%에 그쳤을 만큼 여성에게 평행주차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성들은 어떤 과제를 학습해 성공적으로 반복하는 일은 남성보다 잘한다는 것이 앨런 피즈의 결론.

따라서 초보일 때는 남편말고(자칫 싸움이 커질 수 있으므로) 주차원 등 ‘남’에게 뒤를 봐달라고 하면서 자꾸 연습하는 것이 실력 증진의 지름길이다. 원더풀오토월드(www.waw.co.kr·02―703―6314) 등 안전운전매거진을 자주 참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

◇사고 땐 신중하게

초보 때의 사고는 병가지상사. 수리비가 50만원 미만이라면 보험할증관계를 고려해 자비부담으로 처리하는 게 낫다. 자동차포털 아이콤즈컴(www.icomes.com·02―3486―1100)에는 초보자의 사고대처요령이 자세히 실려 있으며 상담도 해준다.

차체가 우그러졌을 때는 이른바 ‘밧데리 센타’로 불리는 영세부품가게나 도로변에 트럭을 대놓고 영업하는 차체 복원업자들은 피하고 시간을 내 메이커 직영정비업소를 찾는 게 좋다. 싼 부품을 쓰거나 압축기로 차 표면을 늘리는 경우가 많아 전반적인 차체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

전국체인이 있는 슈퍼덴트칼라(www.dentcolor.co.kr·02―548―7292)에선 ‘덴트스코프’라는 첨단연삭장비를 이용해 살짝 찌그러지거나 파인 자국은 3만∼10만원에 처리해준다.

오며가며 슬쩍슬쩍 차체를 자주 긁는다면 가슴아파 하지말고 카센터에서 파는 2만∼4만원대의 터치업페인트나 스프레이페인트를 갖고 다니며 재빨리 뿌려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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