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인간본성 뇌에 다 들었네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41분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 김종성 지음/ 지호/ 227쪽/ 1만원

뇌는 소우주에 비견된다. 수 십억개의 신경망이 이루는 조화로움에서 신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다. 이같은 신묘한 뇌의 비밀을 신경의학 분야의 명의로 꼽히는 저자가 차근차근 설명한다. 골치아픈 학계의 연구 성과를 대중적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예컨대, ‘친구의 뇌를 이식하면 나는 누가 될 것인가?’ 묻는다. 그리고는 ‘뇌를 몸에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뇌에 이식하는 것’이라고 질문을 교정한다. 인간 몸의 주인은 뇌이지 그 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뇌 부검 결과, 원자폭탄 방사능에 피폭되면 도리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 인간의 머리가 지금도 커지고 있어 제왕절개술이 필요해졌다는 설명 역시 귀가 솔깃하다. 자기가 쓴 글을 못 읽는 병, ‘×팔 ×팔’ 욕만 하는 병, 왼손이 주인 말을 듣지 않고 따로 움직이는 병에서는 뇌의 오묘함을 절로 깨우치게 된다.

저자는 인간이 풀지 못한 뇌의 비밀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풀이한다. 그 출발점은 인간이 지금껏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대뇌를 늘려왔다는 사실. 기린이 목 길이를 늘였던 것처럼 이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인간의 뇌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돌연사의 주적인 스트레스는 원시시대에는 생존을 위한 유리한 조건이었다. 노인의 건망증 역시 옛 추억속에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자비로운 선물로 풀이된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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