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젊은이들, 여행정보 사이트 '서울나비' 개설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8시 54분


일본과자보다 맛있는 호떡을 가장 ‘훌륭하게’ 만드는 집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20여개 안경할인점 중 가장 싼 곳은?

인터넷사이트 ‘서울나비(seoulnavi.com)’에 일본어로 소개된 내용이다. ‘나비’란 ‘navigation’의 일본식 표현으로 ‘안내’라는 뜻.

서울에 관해 이처럼 세밀하고도 유용한 정보를 서울사람들보다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 정리한 이들이 일본 젊은이들이어서 눈길을 끈다. 고려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하세가와 유미(36), 3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한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야마자키 준(34), 역시 고려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미요시 지카코(23) 등 일본유학생과 재일교포 고행미씨(23·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서울을 11개 소지역으로 해부해 500여곳의 쇼핑할인점 숙박업소를 가격대별로 정리했고 음식점 200여곳의 맛과 장단점을 소개한 것이 이 사이트의 핵심이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한증탕이며 발마사지점도 빠지지 않는다.

10개월의 시험가동 기간을 거쳐 이달 1일 정식 개설했는데 벌써 하루 12만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엔 아사히신문에도 소개됐다.

“패키지로 한국여행을 오면 명동 구경, 피부 마사지, 한식 체험 등 획일화된 코스가 대부분입니다. 해마다 200만명 이상의 일본인이 한국을 찾지만 제가 고교시절 수학여행을 왔던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더군요.”

하세가와씨는 지난해 3월 유학 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싸구려 쇼핑’하다 잘못하면 바가지쓰기 십상인 곳이라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차츰 한국생활에 익숙해지면서 한국에서도 해볼 일이 의외로 많다는 걸 깨닫고 ‘시장 개척’차원에서 눌러앉게 됐다.

‘서울나비’는 특히 20, 30대 젊은 층의 구미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서울 강남의 명품상설할인점 특별세일 날짜는 일본 젊은이들이 결사적으로 원하는 정보. 또 신세대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점에 착안해 ‘코엑스몰’은 물론 ‘하드록카페’나 ‘줄리아나 서울’ 같은 유명 나이트클럽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 일본 대학생들이 올려놓은 ‘밀리오레 체험기’ ‘한국 프로야구 관전 방법’등도 인기 상한가.

이 뿐만이 아니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 현재의 위치를 넣으면 가장 빨리 오갈 수 있는 지하철 코스가 나오고 시간대별 택시의 평균 요금도 안내된다.

“우리 사이트를 보고 한국 친구들은 ‘일본인들 지독하다’고 칭찬(?)하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는 친(親)서울파입니다. 서울사랑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지요.”

미요시씨는 역동적인 서울 거리가 좋아, 일본 와요(和洋)여대 가정과 출신인 고행미씨는 한국서 김치실습을 해본 뒤 맛에 반해, 야마자키씨는 덕수궁 돌담길에 취해서 서울의 ‘홍보대사’를 맡게 됐다고 말한다. 이들은 “2002년 일한월드컵 공동개최전까지 서울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다는 걸 일본인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무비카메라와 수첩으로 무장한 채 날마다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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