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특허가 기업 성패를 좌우한다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31분


특허를 회사의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명예 훈장이거나 벤처기업 지정을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특허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게 해주는 경영도서다.

현재 대부분의 회사는 특허에 소요되는 비용을 소모 비용으로 취급한다. 핵심 경영자 대부분이 지적 재산에 관해 무지한 실정이다. 이러한 CEO들에게 이 책은 사례를 들어 특허 마케팅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무엇을 어떻게 특허화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쓰레기 특허와 원천 특허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기업 경영자들에게 특허에 대한 생각을 바꾸도록 한다.

오늘날 인터넷 비즈니스의 발달과 함께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특허에 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많은 특허 강좌들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특허 마케팅 측면이 아니라 특허의 지적재산권과 같은 법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실무자들에게는 다소 거리가 있다. 더욱이 기업 경영자들은 특허를 한번쯤 치러야 할 홍역 정도로만 여길 뿐, 특허를 이용해 기업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에 관해 공격적이지는 않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CEO의 의식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특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해도 아주 기초적인 특허 경영 전략만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이 책은 특허 분야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제공할 것이다. 벤처 기업과 같이 기술이 생명력인 기업의 경우, CEO가 특허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더욱 명백하며 이 책은 그 지침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비단 벤처 기업만이 아니라 대기업들의 특허 전략의 허술함도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의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적재산부서의 형태가 갖고 있는 특허 마케팅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대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특허 등을 일부 법률 부서만의 일로 치부하고 있고 실무자들 역시 스스로 비효율적임을 시인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 책은 이같은 비효율을 시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력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기업에선 이미 이러한 전략이 구사되고 있음을 언급한 것은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지적재산권 분야에 몸담고 있는 필자에게조차 무척이나 신선하고 생동감 있는 시각을 선사한 책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책을 특허청의 심사관들이 자진해서 번역 출간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단점을 말하라면, 지나치게 특허 지상주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다. 그리하여 향후 독점금지법에 의한 특허의 견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다. 또한, 특허친화적(pro―patent)인 미국의 실무가 한국에선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독자는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식 정보 사회에서 기업을 경영해야 할 CEO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서적이다.

▼'지식 경영과 특허 전략'/케빈 G 리베트, 데이비드 클라인 지음/ 제대식 이은철 윤국섭 옮김/ 세종서적/ 288쪽, 1만3000원▼

이경란(이지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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