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예술관' 지하철 7호선, 신나는 문화체험 현장

  • 입력 2000년 8월 15일 18시 43분


지하철 승객이라고 모두 무표정하게 광고판을 들여다보거나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척 진지한 표정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늘어뜨리고 꾸벅이는 것도 이 ‘특별한’ 전동차 안에서는 촌스러운 연기일 뿐이다. 유리창을 가득 채운 김구 선생의 웃는 얼굴, 악수를 청하는 사람 손 모양의 손잡이, 전동차 한쪽에 설치된 소변기….

‘달리는 문화예술관’ 지하철 7호선 전동차 내부 풍경이다. 8개 칸 모두 유명 현대미술 작가들의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는 이 전동차가 이달초 ‘개장’ 이후 도시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특히 방학을 맞은 어린이가 부모의 손을 잡고 찾는 경우가 많다.

“엄마, 여기 은색 나비 좀 봐. 천장에는 별들이 가득하네.”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리는 미술관’ 내부를 누비는 어린이들. 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즐거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탱고가 흘러나오는 셋째칸 ‘무도회장’에서 남이 볼까 슬그머니 어깨를 들썩이는 중년 남녀들에게서 더이상 도시인의 ‘권태’는 찾아볼 수 없다. 친구들과 함께 낯선 체험을 즐기려는 중고교생들도 더러 눈에 띈다.

이들 모두 ‘입장료’ 500원이면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팔짱을 끼고 작품 하나하나를 관람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어엿한 ‘문화인’이 되는 셈. 이 때문에 하루 4회(공휴일은 6회) 운행되는 이 전동차의 승객은 다른 7호선 전동차에 비해 20% 이상 많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과 함께 2시간이 넘도록 감상한 주부 이정애씨(40)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기회가 된 것 같다”며 “다른 전동차에도 이런 문화공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형광빛 별들로 치장돼 테크노바 분위기가 연출돼 있는 여섯째칸에서는 젊은 남녀의 스킨십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여자 친구와 함께 이 곳을 찾은 대학생 김효동씨(22)는 “지루했던 지하철이 놀이공간으로 바뀐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김종 보도과장은 “달리는 미술관은 단순한 승객운송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지하철이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라며 “앞으로 다른 노선으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미술관전시 현황
구 분주 제참여작가내 용
첫째칸지하철 속의 우리들정소연 이강우 최호철영상미술과 애니메이션 등
둘째칸역사야 노올자임옥상근현대사 내용 시각화
셋째칸춤은 언제나 즐거워정연두탱고를 추는 남녀가 인쇄된 벽지. 탱고음악
넷째칸화장실에는 환희가 있어요엄혁용공공화장실 분위기 연출
다섯째칸여러분, 그림을 아세요고낙범 김재웅 정인엽명작 패러디 작품. 금속나비
여섯째칸별이 떴어요서정국블랙라이트 조명 속에 형광색 나무별을 부착
일곱째칸여기는 지하철 7호선권오상 박정혁 유재홍승객의 소지품 등을 전시
여덟째칸숲에는 생명이 있어요배병우 강운숲과 하늘의 이미지 형상화
전동차외부-임옥상 정세학 배병우김구선생 캐릭터 등

전동차 출발 시각표
방향회차주요역 출발시각
온수대림이수건대군자노원수락산장암
장암
방향
평일1회09:3409:4810:0410:2410:2710:49--
평일2회12:2412:3812:5413:1413:1713:3913:4313:51
공휴일1회09:2409:3809:5410:1410:1710:3910:4310:51
공휴일2회12:3412:4813:0413:2413:2713:49--
공휴일3회15:2415:3815:5416:1416:1716:3916:4316:51
온수
방향
평일1회12:1712:0311:4611:2711:2311:0210:57-
평일2회15:2715:1314:5614:3714:3314:1214:0714:00
공휴일1회12:2712:1311:5611:3711:3311:1211:0711:00
공휴일2회15:1715:0314:4614:2714:2314:0213:57-
공휴일3회18:2718:1317:5617:3717:3317:1217:07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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