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문순태 소설 '그들의 새벽'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19분


‘광주를 지키는 작가’ 문순태(58)가 신작 ‘그들의 새벽’(한길사·전2권)을 내놨다. 구두닦이, 철가방, 술집 여급, 양아치, 공장 직공 등 하층민의 시각으로 광주항쟁을 재구성했다.

소설의 모티브는 1980년 5월27일 새벽 최후까지 목숨을 걸고 전남도청을 지킨 300명의 무장시민군 대부분이 하층민이었다는 사실. 이념이라고는 알지 못하는 이들이 목숨을 버린 까닭을 되짚으면서 ‘광주’의 실체를 더듬는다.

▼20년전 '광주' 실체 찾기▼

주인공 기동은 구두를 닦으면서 신문기자가 되려고 야학당에 다닌다. 시골 출신으로 가난했으나 성실했던 그는 짝사랑하던 호스티스 미스 진의 죽음을 목도하고 역사의 소용돌이로 뛰어든다. 그의 친구인 철가방, 구두찍새, 미용사 같은 야학당 학생들도 주변 사람들의 이유 없는 죽음에 분개해 총을 든다. 이들 대부분은 대학생이 떠나버린 도청을 지키다 최후를 맞는다.

작가는 이들의 심정을 이렇게 짐작한다. “한 번도 사람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이들이 도청을 사수하며 처음 받았던 박수, 평등한 세상에 대한 그리움, 인간적 자존심 회복 때문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당시 전남매일 기자시절 취재수첩에 쓰여진 기층민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방대한 사실조사를 거쳐 책을 썼다.

▼"그들의 죽음은 현재진행형"▼

소설은 도청 복도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기동이 가물거리는 의식으로 동트는 새벽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페이지를 마감한다. 일부러 눈을 감기지 않은 것은 그들의 죽음이 지금까지 유예되고 있다는 뜻일까.

작가는 “또 광주냐? 하는 분위기를 잘 안다. 끝나지 않았는데 끝내라고, 그만 잊어버리고들 한다.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그들의 죽음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라고 말한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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