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브의 모든것' 두 여성앵커의 야망 그려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40분


MBC가 20일 종영되는 ‘나쁜 친구들’의 후속으로 새 수목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밤9·55)을 26일부터 방송한다. 월화드라마 ‘허준’이 MBC 전체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지만, MBC 드라마의 주조는 ‘햇빛속으로’ ‘진실’ 등 1년 이상 이어져 온 트렌디성 수목드라마가 이루고 있는 것이 사실. ‘이브의…’는 ‘사랑은 그대 품 안에’ ‘별은 내 가슴에’ ‘사랑해 당신을’ 등으로 MBC 트렌디 드라마의 기초를 마련한 이진석PD의 2000년 첫 연출작이다.

방송사의 메인 뉴스 앵커우먼 자리를 놓고 벌이는 진선미(채림 분)와 허영미(김소연) 두 커리어우먼의 야망과 사랑을 그려나갈 이 드라마의 구도는 매우 간단 명쾌하다. 이는 두 여주인공의 극 중 캐릭터를 함축한 이름에서도 잘 드러난다.

채림이 맡은 ‘진선미’(眞善美)는 편부 슬하에서 자랐지만 티없이 밝고 천진하며, 외국에서 만난 방송사 사장 아들 윤형철(장동건)과의 관계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반면 김소연이 맡은 ‘허영미’(虛榮美)는 결손가정에서 자랐고, 술꾼인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세상을 뒤틀린 눈으로 바라본다. 모든 것을 투쟁적으로 생각한다. 9시 뉴스 시작 전 ‘라이벌’로 여기는 선배 여성 앵커의 커피에 설사약을 넣을 정도다.

극 중 두 여성 사이를 맴돌게 되는 윤형철과 김우진(한재석)의 캐릭터도 이런 ‘전형성’을 뒷받침하는 데 충실하다. 윤형철 역의 장동건은 최근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보여준 터프한 이미지에서 다시 회귀해 ‘백마 탄 왕자님’으로 나오고, 세련된 외모에 비해 다소 그늘진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한재석은 상대적으로 ‘건강한 젊은이’로 출연한다.

‘이브의…’의 주 타깃층은 극 중 캐릭터에 열광할 10∼20대.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10일 간 해외 촬영이 진행되는 등 최근 제작된 MBC 드라마 중 최대 물량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같은 물량 투입으로 트렌디 드라마를 연출해오면서도 이PD는 ‘사치나 낭비’라는 비난을 받기 보다 오히려 ‘사회적 유행’을 만들어내는 자질을 발휘해왔다. 이PD가 이번에도 그 특기를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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