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마르틴 루터 킹 지음/바다 펴냄 ▼

"간디의 가슴에 총알이 박히는 순간 인류의 가슴 속에는 간디의 사상이 박혔습니다.”

1959년 마르틴 루터 킹(1929∼1968)은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9년 뒤인 1968년4월4일. 킹 역시 총탄을 맞고 쓰러지면서 인류의 가슴에 자유와 평등의 숭고한 정신을 각인시켜 놓았다.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가 킹 목사. 그는 20세기 인류의 인권과 자유 평등을 향한 노정에 있어 하나의 상징이다. 그의 생일은 건국의 아버지인 워싱턴의 생일과 함께 미국의 국경일로 지정돼 있다.

이 책은 킹의 전기이자 자서전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역사학교수인 클레이본 카슨이 킹의 연설 저서 등 각종 자료 중에서 자전적 이야기 부분만 골라 편집한 것이다.

여기엔 자유와 평등을 향한 킹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거침없는 용기가 담겨 있다. 착한 소년에서 민권운동가로의 변신, 비폭력주의와 폭력 투쟁 사이에서의 고뇌와 갈등, 숱한 투옥과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인내, 흑인 해방운동가에서 반전(反戰)운동 빈민운동가로 발전해가는 과정 등.

1963년 8월28일의 워싱턴 행진. 그것은 킹의 삶뿐만 아니라 미국 흑인 인권운동사에 있어 하나의 정점이었다. 긴장과 설렘으로 그날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던 킹은 거기 모인 25만명의 군중 앞에 역사에 남는 명연설을 토해낸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은 감동적이었고 행진은 장엄했다. 다음해 전세계는 노벨평화상으로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험난하고 치열한 삶이었건만 이 책에서 들려오는 킹의 육성은 의외로 담담하고 차분하다. 흥분하지 않는 차분함이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1999년 킹 암살사건은 정부 내 비밀 조직과 마피아의 조직적인 음모라는 배심원 평결이 나온 바 있어 이 책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이순희 옮김. 495쪽, 1만5000원.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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