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에 눈뜨는 아이들]여덟살때 性교육하기 최적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딸애가 이따금씩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자는지 궁금하다’며 안방에 들어오는데 어째야 하나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이현숙씨(37)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의 성적 호기심을 어떻게 채워줘야 할지 고민이다. 다양한 매체의 영향으로 전보다 훨씬 조숙해진 아이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성교육을 시켜야 할까.

▼ 부모가 적극적으로 ▼

아이가 질문해올 때를 기다리기 보다는 아이들이 맞닥뜨리게 될 여러 상황을 가상해 미리 준비시키라고 미국의 전 백악관아동부모협회 회장 리처드 에어 부부는 조언한다.

이들은 최근 번역된 책 ‘내 아이와 나누고 싶은 성에 대한 이야기’(한울림)에서 “적당한 시기에 부모가 올바른 정보를 주면 아이가 부정확한 정보를 듣고 나쁜 선입견을 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여덟살이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밝혔다. 여덟살은 부모의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지만 사춘기처럼 냉소적이 될 정도는 아니기 때문.

그 이전엔 ‘필요한 만큼’의 대화를 나눈다. 다섯살짜리 아이가 “아기는 어디서 와?”하고 물으면 “엄마랑 아빠가 서로 사랑할 때, 때로는 아기가 생길 수 있단다”고 대답.

8세가 되면 적당한 날을 잡아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8∼13세엔 실제적 지식에 관한 대화 △11∼16세 성행위와 원치않는 임신 등 청소년기의 위험에 대한 토론 △15∼19세 성문제를 보는 태도 등으로 단계를 높인다.

▼ 함께 성교육 받기 ▼

자녀에게 직접 얘기하기 쑥스럽다고 생각하는 부모에게 좋다.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는 부모와 자녀 서너명이 예약(02-677-9220)하면 성교육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이곳 성교육담당교사 김정아씨는 “부모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귀뜸했다.

▼ 이럴 땐 어떻게 ▼

문제가 생겼다면 상담전화 등의 도움을 받는다. 아우성상담소(02-3141-6191)가 지난해 자녀의 성문제에 대한 부모상담 1232건을 분석한 것에 따르면 성폭력에 대한 상담(37%)에 이어 자녀의 성적 장난(19%)이나 성교육(11%)문제에 대한 상담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자위하는데…’(생식기의 명칭을 가르쳐 주고 음경을 자극하는 것이 좋지않은 이유를 설명한다) ‘6살난 딸애가 포르노테이프를 본 것 같은데…’(구태여 보았는지 묻지 않는다. 아이가 먼저 얘기하면 기분을 물어보고 진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얘기하지 않는다면 만화영화나 몰입할 수 있는 장난거리를 마련해 줘 그 장면을 자꾸 연상하지 않게 한다) 등 곤란한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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