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이현숙씨(37)는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의 성적 호기심을 어떻게 채워줘야 할지 고민이다. 다양한 매체의 영향으로 전보다 훨씬 조숙해진 아이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성교육을 시켜야 할까.
▼ 부모가 적극적으로 ▼
아이가 질문해올 때를 기다리기 보다는 아이들이 맞닥뜨리게 될 여러 상황을 가상해 미리 준비시키라고 미국의 전 백악관아동부모협회 회장 리처드 에어 부부는 조언한다.
이들은 최근 번역된 책 ‘내 아이와 나누고 싶은 성에 대한 이야기’(한울림)에서 “적당한 시기에 부모가 올바른 정보를 주면 아이가 부정확한 정보를 듣고 나쁜 선입견을 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여덟살이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밝혔다. 여덟살은 부모의 말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지만 사춘기처럼 냉소적이 될 정도는 아니기 때문.
그 이전엔 ‘필요한 만큼’의 대화를 나눈다. 다섯살짜리 아이가 “아기는 어디서 와?”하고 물으면 “엄마랑 아빠가 서로 사랑할 때, 때로는 아기가 생길 수 있단다”고 대답.
8세가 되면 적당한 날을 잡아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8∼13세엔 실제적 지식에 관한 대화 △11∼16세 성행위와 원치않는 임신 등 청소년기의 위험에 대한 토론 △15∼19세 성문제를 보는 태도 등으로 단계를 높인다.
▼ 함께 성교육 받기 ▼
자녀에게 직접 얘기하기 쑥스럽다고 생각하는 부모에게 좋다.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는 부모와 자녀 서너명이 예약(02-677-9220)하면 성교육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이곳 성교육담당교사 김정아씨는 “부모와 아이가 자연스럽게 성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귀뜸했다.
▼ 이럴 땐 어떻게 ▼
문제가 생겼다면 상담전화 등의 도움을 받는다. 아우성상담소(02-3141-6191)가 지난해 자녀의 성문제에 대한 부모상담 1232건을 분석한 것에 따르면 성폭력에 대한 상담(37%)에 이어 자녀의 성적 장난(19%)이나 성교육(11%)문제에 대한 상담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자위하는데…’(생식기의 명칭을 가르쳐 주고 음경을 자극하는 것이 좋지않은 이유를 설명한다) ‘6살난 딸애가 포르노테이프를 본 것 같은데…’(구태여 보았는지 묻지 않는다. 아이가 먼저 얘기하면 기분을 물어보고 진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얘기하지 않는다면 만화영화나 몰입할 수 있는 장난거리를 마련해 줘 그 장면을 자꾸 연상하지 않게 한다) 등 곤란한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