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장애인입학원서 거부 파문…청주대등 "시설없다" 이유

  • 입력 2000년 2월 10일 19시 53분


장애인들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학 입학이나 편입학 원서가 잇따라 거부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1급 시각장애인인 황선경씨(28·여)는 10일 한국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소장 김정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주대 음악교육학과에 편입원서를 내려 했으나 학교측이 장애인용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접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17세 때부터 시신경 이상으로 앞을 전혀 볼 수 없게 된 황씨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싶은 꿈에 이 학교에 편입하고 싶었으나 학교측은 시설과 운영상의 뒷받침이 없다는 이유로 원서조차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대전 한성신학대 종교음악과를 다음주 졸업한다.

황씨는 또 “학교측이 ‘왜 하필 우리 학교에 원서를 내느냐’며 감정적으로 거부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뿌리뽑기 위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찾게 됐다”고 덧붙였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황씨뿐만 아니라 올해 입시에서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서모씨(26·여)가 청주 서원대에 입학서류를 내려다 거부당한 사례를 확인했으며 지체장애인 남모씨(24·여) 역시 G대학에 원서 접수하려다가 거부됐다는 제보를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박옥순연구소정책부장은 “현재 시각장애인 민모씨가 연세대 음악교육과 3학년에 재학중인 데서도 알 수 있다시피 장애인이 특별한 시설을 요구하지 않는데도 일부 학교가 시설부족을 이유로 장애인 입학을 거부하는 것은 장애인 차별의식 때문”이라며 “이들 대학에 대해 고발고소 등 법적 투쟁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주대 관계자는 “특수교육진흥법은 중고등학교 특수교육에 대한 규정으로 대학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고 더구나 특수교육을 위한 시설설치 의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있어 법적인 하자는 없다”며 “장애인용 설비가 없는 상태라면 황씨가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특수교육진흥법 제13조는 특수교육대상자가 취학(편입학 포함)하고자 할 때 장애를 이유로 입학 지원을 거부하거나 합격자의 입학을 거부하는 등 불이익 처분을 할 경우 해당학교장은 1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1000만원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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