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女風'…서울대 신입생 절반이 여자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남자들이 압도적이던 의대에 여학생들이 대거 합격해 ‘여학생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8일 서울대에 따르면 2000학년도 서울대 의예과 신입생 173명 가운데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꼭 한 명이 적은 86명(49.7%)이 합격했다.

전형별로는 특차에서 19명 중 9명, 고교장추천전형에서 19명 중 6명, 재외국민전형에서 4명 중 3명이 여학생이었다. 정시모집만을 대상으로 하면 131명 중 절반이 넘는 68명(51.9%)이 여학생으로 개교 이래 처음으로 남학생 수를 앞질렀다.

이 같은 여학생 합격자 분포는 60년대의 2% 수준, 70년대 80년대의 5% 수준에 불과하던 과거의 의대 여학생 비율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80년대 말부터 사회 전반의 여권 신장 추세를 타고 서울대의 의대 여학생 비율도 꾸준히 늘어났고 지난해엔 30%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합격자수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 의대측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단 이들이 본과로 진입하는 2년 후에 대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재의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캠퍼스내 여성화장실과 여학생 기숙사 등 여성 공간을 확충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서울대 박상철(朴相哲·의대 교수)연구처장은 “과거 여학생이 한두 명뿐이던 때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여서 ‘기대 반 우려 반’”이라며 “그동안 여의사는 산부인과 등 제한된 분야에 집중됐으나 앞으로는 외과나 비뇨기과 등 남자 의사가 대부분인 분야에도 매우 활발하게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연세대와 가톨릭대, 한양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 의대에서도 올해 여학생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들 의대에서는 지난해에 비해 여학생 입학률이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의대에 여학생 진출이 크게 늘어난 현상에 대해 서울대 의대의 한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의대 학생회장에 2년 연속 여학생이 당선되는 등 여학생들의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며 “여권 신장추세에 맞춰 여학생의 비율이 느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헌진·박윤철기자>mungchii@donga.com

▼전문가 "작년수능 여학생에 유리-의사선호도 높아져"▼

의과대학에 여학생 합격자가 크게 늘어난 현상에 대해선 원인분석이 여러 갈래다.

입시전문기관들은 지난해 수능시험에서 수리탐구 영역이 쉬웠던 데다 언어영역이 어려워 최상위권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했고 최근 의사직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점 등을 꼽고 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이사는 “2000학년도 수능 자연계의 경우 388점 이상 고득점자 가운데 여학생 비율이 99학년도에 비해 거의 2배로 늘었다”며 “일단 최상위권 재수생 중에 여학생들이 많았고 수리탐구 등 일부 수능영역에서 여학생이 약간 유리했다”고 분석했다.

대성학원 이영덕평가실장은 “일부 여자대학에서 졸업 뒤 바로 취업되는 약대가 가장 선호도가 높았으나 요즘은 의대로 바뀌는 경우가 두드러진다”며 “안정된 전문직종인 의사직에 대한 여학생들의 높아진 선호도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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