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가로수 조명 '서울의 밤'은 아름답다

  • 입력 2000년 1월 28일 18시 04분


을지로6가의 두산타워
을지로6가의 두산타워
서울의 야경(夜景)이 바뀌고 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밤이 되면 유흥가 네온사인만 요란할 뿐 도심은 삭막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으나 최근 건물 외관에 야간조명 시설을 갖춘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서울의 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강북지역에서는 한국의 중심인 광화문에 투명유리로 외관을 꾸민 동아미디어센터가 1일 불을 밝히면서 종로구 세종로 일대의 가로수 야간조명과 어우러져 길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또 종로1가 종로타워와 동대문시장 주변 두산타워 등이 아름다운 야간 조명으로 새로운 명물 이 됐다.

강남지역에서는 주황색과 청색조명으로 단장해 지난해 서울시 야간경관 조명상을 받은 코스모타워(강남구 대치동)를 비롯, 강남구 삼성역 주변의 고층빌딩이 차량 불빛의 흐름 등과 어우러져 활기찬 도시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다국적기업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재미교포 데이비드 김(29)은 "미국에서 살다 4년전 한국에 왔을 때는 서울이 어둡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요즘은 외국 사람들도 '서울이 훨씬 밝아졌고 볼 것도 많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서울의 야경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울이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건축가 서현(徐顯)씨는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요일마다 색을 바꿔가며 야경 조명을 밝혀 관광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면서 "야경 관리는 전력소모의 부담이 있긴 하지만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24시간 살아있는 서울의 이미지를 심는 홍보효과가 훨씬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의 경우 구룡반도에서 홍콩섬의 야경을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전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올해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가 열리고 2002년에는 월드컵이 개최되는 등 서울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제 서울시도 전체적인 야경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밤이 되면 너무 어두워 도시가 침체된 느낌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시행해온 가로등 격등제를 새천년을 맞으면서 해제했다"면서 "고층건물에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할 경우 미술장식품 설치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하는 등 야간조명 설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관련법령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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