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간된 손교수의 ‘고구려사’는 대외항쟁사와 영토확장사를 중심으로 외세에 대응하는 민족의 항쟁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구려의 남진(南進)도 삼국을 통일하려는 정책적 의도에 따른 것임을 강조해 일찍부터 삼국의 민족의식이 형성돼 있었음을 주장하기도 한다. 고대사 중에서도 고조선과 고구려를 중시해 온 북한에서는 이미 70년대 중반에 이지린과 강인숙 공저의 고구려사가 나왔고 80년대에도 ‘조선전사’ 중 고구려사가 한 권 분량으로 간행된 바 있다. 고구려의 건국을 기원전 3세기 경으로 잡는 것도 남한학계와 다른 점이다. 남한학계에서는 고구려가 기원을 전후애 고대국가의 모습을 갖췄다고 본다. 그러나 손교수는 기원전 4∼5세기 경인 청동기시대에 고구려의 전신인 ’구려‘가 있었고 기원전 3세기 경에는 고구려가 고대국가로 성립된다는 80년대 이래의 복한학계 학설을 채용했다.
손교수의 ’고구려사‘의 완간에 대해 작년 ‘고구려사 연구’를 출간하기도 한 서울대 국사학과 노태돈교수는 “우선 북한의 고대사 인식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북한학계의 연구성과가 소개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학술적인 견해 차이는 어디서나 있기 마련이고 학술적 의견 차이는 토론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라는 것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