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 마이스키 '바흐 무반주 첼로 全曲' 14년만에 재녹음

  • 입력 2000년 1월 5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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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잔 먹고 긁어댄 것 아냐?”

함께 음반을 듣던 친구가 마땅치 않은 듯 한마디 한다. 그럴 지도 모른다. 연주자 자신이 작곡가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흔히 바흐를 성자처럼 생각하죠. 그렇지만 바흐에겐 자식이 스무 명이나 있었어요. 그도 와인과 맥주를 즐겼겠죠.”

미샤 마이스키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14년만에 다시 녹음, 음반으로 내놓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으로 꼽힌 작품이다. 올해는 바흐 서거 250년. 그가 새롭게 표현해 낸 바흐는 방약무인한 춤꾼처럼 자유롭고, 거침없는 재담꾼처럼 호방하다. 1번 G장조의 첫악장부터 극단적인 강약과 완급의 대조가 귀를 파고든다. 양의 뿔을 뒤집어 쓴 디오니소스 같다고나 할까. 멀찌감치 무대에 앉아서 눈을 내려깐 첼리스트의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대신 떠오르는 것은 바로 옆에 앉아 콧노래로 선율을 흥얼거리는 ‘도취된 예인’의 이미지다.

14년만에 재녹음을 결행한 ‘결심의 변(辯)’이 흥미롭다. ‘음반가게에서 c단조 모음곡의 ‘부레’악장을 듣고 있었어요. 마치 패러디처럼 들려 누군가 장난치고 있다고 느꼈어요. 음반을 보니 내 연주더라구요. 까무러치는 줄 알았죠.” 악보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정격(正格)’연주 대신 주관과 느낌에 의존하는 낭만주의풍 연주를 할 경우 작품은 연주자의 손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워진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장한나를 키워낸 ‘친한파’로서도 유명한 마이스키는 12,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이 모음곡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12일에는 모음곡 1 3 5번이,13일에는 2 4 6번이 연주된다. 7시반 공연시작.2만∼7만원. 02-599-5743 (빈체로)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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