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펀드가 수상하다… 부실채권 끼워넣기 움직임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8시 21분


투신업계가 5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고위험고수익펀드인 하이일드펀드에 신용등급이 없는 부실채권을 끼워넣으려는 등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현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과 투신업계에 따르면 일부 투신사의 경우 신용등급 ‘BB+’ 이하의 투기등급채권만을 편입하게 되어있는 하이일드펀드에 부실채권을 넣어 기존펀드 부실을 하이일드펀드 투자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해당 투신사에 이같은 부실채권 부당편출입 시도를 엄중 경고하는 한편 이르면 다음달중 하이일드펀드 채권 편출입과 운용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들어갈 방침이다.

▽투신업계 모럴해저드 재연되나〓최근 일부 투신사는 기존펀드에 들어있는 신용등급이 없는 리스채 할부금융채권을 장부가로 하이일드펀드에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약관변경을 승인해줄 것을 금감원에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하이일드펀드 투자자들의 이익 일부를 투신사 손실보전에 쓰겠다는 일종의 ‘물타기 전략’으로 투신사들이 6개월마다 펀드내용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투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펀드에 부실채권이 많은 투신사들은 이번 기회에 이를 털어버리고 싶어한다”며 “부실채권을 일시적으로 하이일드펀드에 편입해 부실을 털어낸 뒤 기존 펀드로 다시 옮기는 식의 편법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펀드내용 공개는 그 시점의 편입 채권내용만 밝히는 것이지 6개월간 편출입 내용을 밝히는 것은 아니기 때문.

하이일드펀드는 현재 415개가 상품인가를 받았으며 가스공사와 유망 벤처기업의 공모주 청약 때 우선청약 혜택 등으로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아 현재 1조4800억원의 투자자금이 유입됐다.

▽격앙된 금융감독당국〓각종 혜택을 부여해가며 하이일드펀드를 육성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업계의 이같은 모럴해저드 조짐에 대해 크게 흥분하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투신사들이 투자적격채권만 편입해야 하는 신종머니마켓펀드(MMF)에 대우채 등 투자부적격 채권을 부당편출입하는 것을 막지 못해 비난을 받아야 했던 금감원으로서는 더욱 민감한 사안.

금감원 관계자는 “투신사들의 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사전에 그 가능성을 봉쇄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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