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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5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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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1인칭 화자인 진시황의 장남 부소(扶蘇). 아버지의 유생 탄압에 저항하다 북쪽 변방으로 쫓겨나 명장 몽염(夢捻)의 보호를 받으며 몽염에게서 부성(父性)을 느낀다. 부소의 몽염에 대한 사랑은 급기야 ‘연인의 사랑’으로 발전한다. ‘아버지 체험’의 결핍이 동성애와 연관된다는 분석은 신용구의 새책 ‘콤플렉스로 역사읽기’에도 나타나 있다.
진시황이 죽자 막내동생 호해(胡亥)가 유서를 위조해 자결을 명하고, 부소는 두 눈을 파내면서 죽음을 피해보려 하지만 자객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진시황과 부소의 애증이 군신(君臣)관계와 부자관계의 양면성에서 나왔나는데 흥미를 느꼈어요. 국가에서의 권력 속성과 가정에서의 부권(父權) 속성을 겹쳐 보이려 했습니다.”
정사(正史)에서 부소에 관한 부분은 소략(疏略)하기 그지 없다. 작가는 특유의 상상력에 기초해 부소의 절망과 몸부림을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시대적 배경이란 무의미한 것이 된다.
“역사를 연대기로 그려낼 생각은 없어요. 작가에게는 사실보다 가상이 중요하지요.”
이후 계획을 묻자 작가는 “아무 것도 안하고 살 수 없을까. 그러는 것의 의미는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능할까’라는 생각에 빠져 살고 있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