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리듬' 지구촌 달군다…루 베거 '맘보…' 돌풍

  • 입력 1999년 10월 5일 19시 37분


‘대목’인 여름이 지나면 다소 주춤할 것 같던 라틴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10월 이후에도 여전하다.

후반기 대표 주자는 맘보 리듬에 가벼운 스윙 재즈를 곁들인 데뷔곡 ‘맘보 넘버 5’를 들고 나온 미국의 신인 루 베거. ‘맘보…’는 빌보드 싱글차트 4위에 올라 있고 지난 3주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전파를 탄 곡으로 꼽혔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유럽 각국 차트에서는 몇 주간 정상을 지켜 왔다.

올해 그래미상과 MTV 비디오 뮤직어워드를 휩쓴 ‘리빙 라 비다 로카’의 리키 마틴과 제니퍼 로페즈 등이 달궈 놓은 라틴 열풍을 고스란히 이어 받은 루 베거의 특징은 한 마디로 ‘퓨전’.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의 아버지와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의 어머니를 둔 혼혈답게 루 베거는 데뷔 앨범(‘어 리틀 빗 어브 맘보’) 중 ‘루스 카페’‘아이 갓 어 걸’ 등에서는 맘보 외에 힙합에서 라틴 록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온갖 장르를 쉽게 넘나드는 그의 크로스오버적 특징은 최근 메머드급 스타 탄생에 목말라 하던 메이저 음반사들의 마케팅 표적이 됐다. BMG는 경쟁사인 소니뮤직이 머라이어 캐리 등의 부진으로 흥행이 저조하다 리키 마틴 ‘한 방’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것에 자극받아 루 베거로 음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쾌하다가도 때로는 정(靜)적인 리듬감이 그의 음악을 ‘차세대 상품’으로 부각했다는 것.

2억6000만 인구 중 약 13%에 해당하는 3200여만명이 라틴계인 미국의 특수한 인구분포도 라틴 음악 열풍에 한 몫 했다. 하지만 간헐적인 히트가 아닌 5월초부터 계속 빌보드 정상권에 맴도는 라틴 음악을 놓고 팝계에서는 일시적 ‘월드 뮤직’ 붐이 아니라고 본다. 라틴 음악이 ‘대안 상품’으로 떠올랐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도 7월 삼바댄스곡 ‘집착’으로 화려하게 재기한 박미경, 8∼9월 ‘선택’의 백지영 등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않다는 분석이다.

팝 칼럼니스트 송기철씨는 “동(動)과 정(靜)을 아우르는 라틴음악은 21세기형 퓨전음악으로서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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