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레저/제주신혼여행 새풍속]느낌이 있는 허니문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국내 신혼여행에도 ‘FIT’(에프아이티·Frequently Independent Traveler)개념의 ‘나만의 여행’이 등장했다. 이 스타일로 즐기는 대표적인 여행은 제주도 허니문. 제주도로 떠나는 허니문 FIT의 특징은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두 세 쌍으로 짜인 소그룹투어에 참가하며, 숙박은 객실 10개 내외의 아담한 펜션(Pension·고급 민박)에서 하는 것. 제주도 신혼여행의 새로운 트렌드인 ‘허니문FIT’와 분위기 좋은 펜션을 소개한다.》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 제주도. 감귤나무 가지에는 진초록의 덜 익은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푸른 초원에는 살오른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한밤중 바다는 집어등을 켠 갈치잡이 배가 불야성을 이루고,한 낮의 바다는 가을 하늘을 닮아 눈이 시릴만큼 파랗다.

지난 몇 년간 해외여행 붐에 밀려 신혼부부들에게 외면당해 온 제주도. 그러나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태국 싱가포르 등 허다한 해외 신혼여행지를 마다하고 제주도를 찾는 허니문 커플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 신혼여행에도 나홀로여행 스타일의 ‘에프아이티’(FIT·Frequently Independent Traveler)바람이 불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허니문 FIT 커플들은 호텔 숙박을 피한다.대신 고급스런 민박형 주택인 펜션(Pension)에 묵는다. 대형버스로 떠나는 단체여행은 싫어한다. 렌터카를 빌려 단 둘이 돌아다니거나 두 세 쌍만 참가하는 소그룹투어를 선호한다. 여행의 초점도 ‘많이 본다’가 아니라 ‘충분히 느낀다’이다. ‘주유형’이 아니라 ‘휴식형’인 셈.

▼틀박힌 단체여행 거부▼

특히 허니문 FIT 커플들이 제주도를 많이 찾는 이유는 편안한 펜션이 있기 때문. 펜션은 프랑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영미의 B&B(Bed&Breakfast·숙박과 조식을 제공하는 고급 민박)와 비슷하다. 제주도 펜션은 별장형 주택에 객실을 두거나 관광농원에 별도의 객사를 건축해 아늑한 분위기에서 쉴 수 있도록 꾸몄다. ‘주인의 환대 속에 신혼에 어울리는 분위기에서 편히 지낼 수 있다는 점’이 펜션의 장점.

현재 제주도내 펜션은 10개 정도. 대부분 94년 한시적으로 허가된 관광농원에 있고 일부는 별장을 개조한 것. 감귤 농장이나 삼나무 숲을 낀 자연경관이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렌터카활용 자유롭게▼

렌터카 여행이 편리하다는 점도 FIT 바람을 부추긴다. 가파도 마라도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송악산, 성산포에서 카페리로 연결되는 우도, 한림∼애월읍(북제주군)을 잇는 해안도로 등 경치 좋은 곳은 렌터카 이용자들에게 명소로 떠오른지 오래다.

대장정여행사 손태원 대표는 “배낭여행 세대인 요즘 신혼부부들은 배낭여행 경험을 살려 자신들만의 ‘허니문 만들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귀포〓조성하〉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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