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美수필가 민대식씨,「10년 이민일기」산문집으로 펴내

  • 입력 1999년 6월 29일 18시 42분


수필가 민대식씨(75·미국 뉴저지 거주)의 아침은 기타소리와 노트위에 펜이 가볍게 긁히는 소리로 열린다. 지난 10년간 그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마다 그 전날 일어났던 일을 기록해왔다. 초등학교 교사 시절 매일 수업지도안을 쓰던 습관이 일기쓰기로 연장된 것이다.

“일기쓰기는 그냥 하루 생활의 정리가 아닙니다. 그걸 씀으로써 희망이 생기고 삶의 의지가 강렬해지지요.”

지금까지 써온 일기가 두꺼운 대학노트로 28권. 최근 그중 일부를 골라내 산문집 ‘행복을 나르는 기타소리’(선우미디어)를 출간했다. 이민생활 10년을 맞는 한국인 노인의 ‘제2의 인생 개척’과 ‘가족사랑’이 중량감담긴 젊은 글로 표현됐다.

손바닥만한 꽃밭에 채송화 백일홍 고추를 심으며 미국땅에 한국을 옮겨오는 강인한 의식. 배움에 노소가 없다는 자세도 신선하다.

‘45년간을 교단에 섰던 내가 거꾸로 배우게 되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이젠 모든 옛것을 털털 벗어 던져버리고 파란색 하얀 백지에 그림 그리는 동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배워야겠다.’(영어학교에 다니며)

‘죽는 날까지 내 손으로 삶의 기록을 남기겠다’는 것이 민대식씨의 집념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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