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송희씨 「자녀교육 이름으로…77가지 죄」책펴내

  • 입력 1999년 5월 10일 19시 43분


입시만을 위한 획일적 교육 현실과 경쟁을 부추기는 부모들. 시인 김송희씨(국민독서문화진흥회 사무총장)가 쓴 ‘자녀교육의 이름으로 저지르고 있는 77가지 죄’(베스트셀러 펴냄)에는 가슴 뜨끔한 지적들이 많다. 김씨가 아래의 것들을 ‘아이 망쳐놓는 20세기식 교육’으로 지목하고 부모들에게 “이젠 버리자”고 제안한다.

▽‘글자’만 가르치고 상상력은 죽이는 태도〓그림카드를 보고 아이가 “이 오리는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면 “그림은 그만 보고 이 글씨를 보란 말이야”하고 짜증 내기 일쑤. 낱말은 익힐 지 몰라도 상상력은 죽어간다.

▽“넌 공부만 해라. 나머지는 엄마가 다 해 줄게”라는 태도〓2000년대는 창의성과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 공부만 잘 하면 모든 걸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는 태도〓무슨 일에서든 결코 남에게 뒤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대한 삶을 산 사람들은 ‘남과 다르게’ 산 경우가 많다.

▽상을 받아와도 만족하지 않는다〓“너희 반에서 몇 명이나 상을 받았니?”라고 묻기 일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어느 정도 아이가 기대치를 만족시켜 줄 지 모르나 고학년이 되면 아이 스스로 기대치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실에도 적응하지 못한다.

▽결과만 중시하고 과정은 무시〓아이가 수학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재빨리 전과에서 해답과 풀이방식을 보고 난 뒤 푸는 방식을가르쳐준다.결과에만매달리면아이는어떻게든결과에만 도달하려고요령을부리게된다.

▽부모는 TV보면서 아이에게는 책 보라고 다그친다〓아이가 일기 쓰고 공부하는 동안만이라도 엄마도 신문이나 책을 본다.

▽자신은 효도하지 않으면서 자식에겐 효도를 기대〓“너희는 이 다음에 엄마 아빠하고 함께 살 거지?” “아뇨. 엄마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함께 살지 않잖아요. 따로 사는 게 편하다면서요.”효는 책이나 말로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화는 없고 잔소리만〓“공부하라”고만 하지 ‘무엇 때문에 왜 공부해야 하는지’ 이해시키기 위한 대화는 없다.

▽남이 안보면 무엇이든 한다〓신호등 앞에서 아이는 “빨간불이니까 가지 말자”고 하는데 엄마는 “아무도 안보니까”라며 끌고 간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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