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부부이혼]양측 변호사 변론

  • 입력 1999년 1월 8일 19시 16분


▼ 할머니측 최은희변호사

두 사람의 이혼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김씨한테 ‘지금까지 괴로웠으니 조금만 더 괴롭게 살라’고 떼미는 것과 같다. 50여년을 참고 산 사람에게 어떻게 더 참으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남편 이씨가 정신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증상은 의처증에 가까운 것이다. 다른 병이면 몰라도 끊임없이 부인을 의심하는 병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부양하라는 것인가.

김씨는 평생동안 남편의 의심과 억압적인 태도에 시달려왔다. 최근까지 한달 생활비로 2만5천원 남짓한 돈을 받아왔다. 실제로 살림을 꾸려나간 것은 김씨다.

지금 우리는 늙고 지친 한 여인의 간절한 소망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 가정은 사랑으로 맺어져야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인내만을 강요하는 가정은 더이상 ‘가정’이 아니다.

▼ 할아버지측 황산성변호사

남편 이씨는 돈에 대한 애착도 많고 그때문에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자신이 번 돈을 열심히 저축해 18억원 상당의 재산을 모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씨가 김씨에게 생활비를 다소 적게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은 김씨쪽에 있다. 김씨는 젊었을 때부터 살림에 관심이 적었고 알뜰한 편도 아니었다고 한다. 이씨는 부인이 자신의 양복을 내다파는 등 믿지 못할 행동도 여러 번 했다고 주장한다. 이씨 성격에 김씨같이 알뜰하지 못한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게다가 50년을 넘게 살아온 지금에서야 김씨가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지금 이씨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등 병석에 누워 있다. 팔순이 넘은 병석의 남편을 내버리고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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