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東亞신춘문예/시조 당선소감]김강호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23분


안개에 묻힌 새벽은 평화로웠다. 산을 휘어 감은 칡덩굴도, 악취에 찌든 채 뒤척이던 강물의 몸부림도, 질퍽거리는 진흙땅을 맨발로 걸어다니며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적거리는 꽃제비들의 처절한 모습도, 역류하던 역사의 뒷덜미를 잡고 포효하던 짐승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십자가 끝에 유난스레 맑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지상의 아픔을 송두리째 안고 뜨거운 불길로 타오르던 이 시대 빈자의 영원한 어머니 테레사 수녀의 별이리라. 별빛을 조심스레 가슴에 담았다. 별은 꽃이 되고 꽃은 거울이 된다. 거울 속을 들여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죄목을 지고 십자가 아래 부려 놓으며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른다. “나같은 죄인을 살린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새벽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기쁨이 넘쳤다. 이 땅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을 다 사랑하고 싶었다.

뜻밖의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이보다 더 기쁜 날이 어디 있겠는가. 시인이 되는 것보다 시인답게 살아가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리라. 시의 길로 이끌어주신 김환식 시인님(당숙)과 새벽 동인, 부족한 글 선택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 드린다.

△61년 전북 진안 출생 △샘터 시조상 △현재 새벽 동인, 한국가곡작사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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