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씨,18년만에 활동재개…내년초 소설발표 계획

입력 1998-12-06 19:21수정 2009-09-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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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무진기행’ 첫부분)

무진의 안개만큼이나 짙은 여운을 남기고 그 안개 속으로 사라졌던 소설가 김승옥(57). 그가 18년만에 독자를 찾아왔다. 최근 문학계간지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두편의 여행기를 발표한 데 이어 내년초 두편의 장편소설을 각각 연재(‘서울의 달빛 0장’후속편)와 단행본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1980년 동아일보에 ‘먼지의 방’을 연재하던 도중 광주에서의 참극에 대한 충격과 분노로 인해 연재를 중단했던 김승옥. 그 20년 넘는 간극이 김승옥과의 새로운 만남에서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김승옥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세계의 문학’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화석이 된 듯 30여분간 꼼짝하지 않고 잡지에 실린 자신의 여행기를 읽어 내려갔다.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곤 오자(誤字)를 잡아냈다. 자신의 글에 그토록 빠져드는 김승옥. 그동안 그는 무엇을 했을까.

“신을 만났습니다.”

‘80년 광주’의 광기 속에서 방황하던 그는 81년 우연히 하느님을 만났다. 이후 4, 5년은 계속적인 영적 체험의 시간이었다. 소설을 쓸 수가 없었다. 신과의 만남은 소설보다 더 절박하고 더 본질적인 것이었다.

“신을 알기 전,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 때문에 모든 것이 슬퍼 보였습니다. 존재에 대한 허무와 절망, 사멸(死滅)하는 것에 대한 연민이랄까…. 제 작품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신을 만나고 나선 존재의 영원을 알게 됐습니다. 영혼의 영원함이죠. 그러니까 절망은 사라졌습니다. 형벌이냐 구원이냐의 두 갈래 길만이 남았습니다.”

작가로서의 문제의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70년대까지의 소설이 김승옥 자신에 대한 질문이었다면 앞으로의 소설은 타인에 대한 질문일 것이란 말이다.

영적인 삶에 충실하던 그는 94년부터 은밀한 소설쓰기에 들어갔다. 소설에 전념하기 위해 집까지 팔아 그 돈으로 생계를 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처가에서 살고 있다.

그렇게 해서 장편소설 네편이 거의 마무리됐다. 우선 내년초에 두편을 발표하고 나머지는 계속 손질해 나갈 생각이다. 소설의 주제는 인간의 죄, 권력의 폭력성, 그리고 우리 사회의 성(性)문제 같은 것이다.

불과 20여편의 작품이지만 매 작품마나 새로운 감수성과 문체 미학으로 독자와 후배 문인들을 사로잡았던 김승옥. 곧 발표될 작품도 미문(美文)과 참신한 감각으로 우리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그에게 물었다. 그의 대답.“그럴 겁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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