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15대-도요토미 19대손 「역사적 만남」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숙적’의 후손들이 4백여년만에 화해의 손을 잡았다.

조선 구국의 영웅 이순신(李舜臣)과 침략의 주역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후손들이 29일 만난 것.

이들은 가라쓰(唐津)도자기로 유명한 가문인 나카사토 타로우에몬(中里太郎右衛門)가가 조선 도공(陶工)이었던 조상이 일본에 끌려와 도예기술을 전파한지 4백년을 기념해 마련한 친선행사 ‘전몰자를 위한 한일 친선모임’에 각각 초청됐다.

이순신장군의 후손으로는 15대인 이재엽(李載燁·28·충남 천안시)씨가 대표로 참석했다. 또 당시 영의정을 지냈던 서애 유성룡(西涯 柳成龍)의 14대손 유영하(柳寧夏·70·경북 안동시)씨 부부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일본측에서는 도요토미의 정실(正室)이었던 기타노만도코로(北政所)의 가계에 속하는 19대 키타노시타 무네토시(木下崇俊·64)등 3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도요토미의 명령에 따라 조선 침략을 위해 일본 군대가 집결했던 규수(九州) 사가(佐賀)현 나고야(名吉屋)성 부근의 박물관에서 열렸으며 4백여명이 참석했다.

양측 자손들은 하나의 사발에 담긴 차를 돌려 마시며 “수백년간 쌓였던 감정의 응어리를 마셔 없애버리자”고 다짐했다.

처음으로 일본을 찾았다는 이씨는 “마음 속에 남아있는 앙금을 걷어 없애고 좋은 친구로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유씨도 “도요토미의 일은 옛날 일이고 앞으로는 양국의 우호를 생각하는데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윤상삼특파원〉yoon33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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