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조각난 역사」, 아날史學의 실체

  • 입력 1998년 11월 23일 19시 19분


금세기 세계 사학계의 대표주자로 군림해온 프랑스의 ‘아날(Annales)학파.’1929년 ‘사회경제사 연보’라는 학술지로 출발, 독일을 제치고 프랑스 사학을 세계 사학계의 정상에 올려놓은 신(新)사학의 기수(旗手).

국가사, 정치사 중심의 전통사학을 비판하며 대중 중심의 역사학을 제창해온 아날학파의 영향은 일반인들이 읽는 각종 역사책에도 깊이 스며있다.

저자는 프랑스 사학계에서 ‘성인’(聖人)품에 올라있는 이 ‘간판 사학’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한다. 지적 유머 가득한 대화체로 아날학파의 생성기에서부터 ‘역사학계의 루이 14세’로 불렸던 페르낭 브로델의 시대, 그리고 3세대에 이르기까지의 전사(全史)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저자는 ‘타고난 독설가’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날학파를 추켜세우기 보다는 ‘부풀려진’ 아날학파의 외피(外皮)를 벗겨내는데 주력한다.

사회학 정치학 등 인접 사회과학의 성과를 발빠르게 빌려와, 역사학을 과거를 다루는 학문에서 동시대인들의 요구에 철저히 부응하는 ‘진행형’ 학문으로 발전시킨 아날학파의 실체를 비판적으로 만날 기회다. 김복래 옮김. 푸른역사. 13,000원.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