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소운의 손녀 토모에 『첫 일어노래 日가수 감격』

  • 입력 1998년 10월 27일 19시 28분


“제가 한국에서 일본어로 노래부른 첫번째 일본 가수라는 것이 믿어지지않아요.”

24일부터 전남 광주에서 열린 ‘광주재팬위크’(일본주간)행사 중 하나인 ‘한일교류의 밤’ 콘서트를 위해 내한한 사와 토모에(27). 그녀는 이날 자작곡인 ‘Listen to my voice’ ‘Who am I?’등을 환상적인 피아노 연주와 함께 열창해 광주시 문예회관 소극장 5백여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그녀는 특히 국내공연 사상 첫 일본어곡인 ‘코코로’(こころ·마음)를 부를 때는 “이곡은 외할아버지인 김소운 시인이 일본어로 번안한 것으로 이전부터 한국에서 꼭 불러보고 싶었던 곡”이라며 감격해했다.

96년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라이브 공연을 가진 그녀에게 이번은 3번째 내한공연. 매공연마다 추진했던 일본어공연은 그녀가 반한국인(半韓國人)임에도 번번히 한국정부의 승인을 받아내지 못했다. “물론 어머니 나라이지만 그때만큼은 한국이 원망스럽기도 했죠. 내 반쪽은 어디까지나 한국인데….” 그때마다 그녀는 ‘Amazing Grace’ 등 영어곡 등으로 끓어오르는 열정을 삭혔다고.

71년 일본 가와사키에서 태어난 그녀는 연세대로 유학 온 아버지 사와 마사히코를 따라 2살때부터 4년간 한국에서 살았다. 한국말도 그때 배운게 전부지만 공연내내 우리말로 노래하고 관객들과 불편없이 대화하는 수준.

90년 동경예술대 음악학부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인 음악공부를 시작한 그녀는 일본에서도 몇안되는 ‘북한음악통’이다. 95년 제출한 북한관련 졸업논문이 학부 최우수논문으로 선정됐을 정도. 24일 공연에서도 ‘우리의 소원’을 절절하면서 발랄한 재즈 가락으로 편곡해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사와는 일본에서도 아직 무명에 가깝지만 환상적인 라이브실력으로 공연장마다 팬들을 ‘긁어모으는’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로 ‘한일교류’ ‘첫 일본어 공연’ 등의 ‘의미’를 쫓아 모여든 관객들도 그녀가 뿜어내는 신들린듯한 열정에 들썩거렸다. 특히 사방으로 뻗친 ‘사자머리’와 연신 맨발로 공연하는 모습 등은 국내의 독보적인 라이브 가수 이은미를 연상시켰다. 앞으로는 6월 발표한 앨범 ‘마음’으로 한국팬을 찾겠다는 사와 토모에는 “언젠가는 앨범의 전곡을 한국에서 부를 날이 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광주〓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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