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나를 발견하는 그림책」

  • 입력 1998년 7월 6일 19시 56분


뿌우우우웅….

시도 때도 없이 방귀를 뀌어대는 꼬마 코끼리. 누가 뭐래도 자기 마음대로지요. 정말 골칫덩어리예요. 여기서 뿌웅! 저기서 뿌우웅!

밥을 먹을 때도 뿌웅! 다들 코를 싸잡아 쥐고 나자빠지지요. “어이쿠, 지독해!”

수영장에서도 뿌우웅! 열을 받은 수영장 물이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길거리에서도 뿌우우웅! 꼭 천둥소리 같아요. 다들 우산을 꺼내들고 두리번거립니다. “이런, 비가 오려나 봐!”

잠자리에서는 방귀소리가 늘어집니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웅! 어휴, 이불이 날아갈 지경이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밤. 뿌웅! 뿌우웅! 뿌우우웅! 뿌우우우웅! 얼마나 방귀를 뀌어대던지 온 동네 동물들이 잠에서 다 깼습니다.다들 창가로 나와서 투덜거렸어요. “저 녀석은 도대체 남 생각을 안한다니까!” “방귀는 잠도 안자나?” “어휴, 고약한 냄새!”

결국, 꼬마 꼬끼리는 숲 속 깊은 곳으로 쫓겨났습니다.

가시덤불 투성이인데다 뾰죽뾰죽한 이빨이 잔뜩 난 뱀들이 혀를 낼름거리는 으스스한 숲 속으로. 하지만 아기 코끼리는 태연하기만 합니다. 뿌우웅! 방귀 한 방이면 사나운 사자도 쿵, 나가 떨어지거든요….

똥 소리만 나와도, 아니 뿌우웅…, 방귀소리 근처만 가도 자지러지는 아이들.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면서 어쩔 줄 몰라한다.

그리 좋을까. 어른들은 한사코 감추고 가리려드는 생리현상. 왜 이리 열광할까. 아이들은 아직 ‘사람의 때’를 덜 타서?

웅진출판에서 펴내는 ‘나를 발견하는 그림책’ 시리즈(전5권).

막무가내로 자기밖에 모르고, 그래서 곧잘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는 아이들. 뭐에 빠지면 한사코 고집을 부리다가 주변에서 자기를 무시하고 받아주지 않으면 금새 시무룩해 한다.

프랑스 작가 피토와 제르베가 이런 유아들만의 세계에 자상한 이해의 손길을 내민다.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에 빗대 아기자기하게 표현했다는 평.

시각 후각 촉각 청각을 두루 동원하며 시시각각 감정의 변화를 좇는 의성어가 도처에서 퍼덕거린다. 먹선과 중간색 톤의 그림. 아기 꿈 속처럼 아늑하다. 동물들의 표정과 움직임이 살아있어 그림만으로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다. 2∼5세 아동에게 맞춤.

이번에 ‘방귀 뿌우웅!’과 ‘똥 뿌직!’편이 나왔다. 곧 이어 ‘오줌 쭈루루!’ ‘재채기 에취!’ ‘눈물 흑흑!’도 선보인다.

…, 아기 코끼리가 떠나간 동물 마을. 너무너무 조용합니다. “어쩜 이리 쓸쓸할까!” “웬지 귀가 허전한 것 같아!” “심심해! 심심해!”

참다못한 동물들이 우르르, 숲 속으로 몰려갑니다.물론 꼬마 코끼리를 찾으러요.

꼬마 코끼리는 커다란 나무 밑에 앉아서 뿌웅! 뿌우웅! 뿌우우웅! 열심히 방귀를 뀌고 있습니다. 다들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꼬마 코끼리를 다시 보게 돼 아주 반가웠지요.

마을로 돌아온 코마 꼬끼리. 이제 좀 철이 났나요? 뿌웅! 뿌우웅! 뿌우우웅! 방귀소리는 여전하네요. 하지만 이제는 그 방귀로 풍선에 바람을 넣어 모두 모두에게 나눠주고 있답니다. 어쩜, 방귀도 쓸모가 있네!

피토 제르베 글 그림/웅진출판 펴냄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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