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日가수 애도」 싸고 국내 PC통신 논쟁

  • 입력 1998년 5월 11일 09시 24분


“3년동안 히데만을 숭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음악을 사랑했고 그의 모습을 좋아했던 저에게는…. 히데님의 죽음으로 삶의 의욕을 잃을 정도입니다.”

“X저팬은 전부 사이코 아닌가? 우리나라에도 추종자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분한 일이다. 그 XX들이 우리나라 태극기를 찢은게 생각난다.”

“일본 연예인에 대해 우리가 너무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

한 일본 록가수의 죽음을 놓고 우리 청소년들이 PC통신에서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2일 자신의 욕실에서 목맨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서 숨진 마쓰모토 히데토(松本秀人·33). 지난해말 해체한 일본 록그룹 ‘X저팬’의 기타리스트로 팀해체후에도 ‘히데’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계속해왔다.

자살로 추정되는 그의 죽음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궈놓았다. 이미 2명의 10대 소녀가 충격을 받아 자살을 기도했고 히데의 시신이 안치돼 있던 절앞엔 수만명의 여성팬들이 찾아와 눈물을 뿌렸다. 7일 열린 그의 장례식장엔 5만명이 넘는 팬이 구름처럼 몰려들기도 했다.

하이텔 등 국내 PC통신에도 ‘애도의 정도를 넘어서 비통함’을 토로하는 글들이 무수히 올라왔다. 그러자 이에 맞서 일본 가수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글, 또 그같은 비판에 대한 반박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X저팬’의 앨범은 한국내에서도 1백50만장 이상이 불법유통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내 팬클럽회원도 수만명에 달하며 서울엔 팬클럽 회원들이 자체 운영하는 ‘X저팬’숍이 있을 정도.

이와 관련, 문화관광부 박문석문화정책국장은 “정책적으로 개방하느냐 막느냐와 관계없이 미디어통합으로 인해 이미 젊은층 사이에서는 대중문화의 국경이 사라진 상태”라며 “이번주중 자문위원단을 구성,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절차와 시기를 본격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홍·이승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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