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잠깐만]김승철/병원친절 「하늘과 땅차이」

  • 입력 1998년 4월 30일 08시 05분


며칠전 막 두돌이 지난 둘째 아이가 소변을 보고 싶다기에 플라스틱 깡통을 받쳐 주었다. 그런데 소변의 굵기가 유난히 가늘었다. 이상해서 아내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다음날 아내로부터 회사로 전화가 왔다. 작은 병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으니 큰 병원에 가야한다며 ‘소견서’를 받아 왔다고. 그주 토요일 큰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예정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진료가 시작되지 않았다. 언제 진료가 시작되느냐는 물음에 간호사들은 “조금만 기다리세요”라는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1시간이 지나서야 진료가 시작됐다. 그런데 담당의사는 아이를 힐끗 쳐다보더니 사무적으로 반말을 섞어가며 몇마디 했다. “선천성 기형이야. 수술을 할까 말까. 수술에 대한 가부 결정은 부모가 하고 결정이 되면 원무과에 신청하세요. 그러면 수술 날짜는 집으로 통보가 갈거야.”

입원 기간은 10일 정도이며 수술기간중 소변을 보기 위해 아랫배에 구멍까지 뚫어야 한다고 했다. 더럭 겁이 났다. 수술결정은 부모가 하라니. 수술비는 2백50만원이나 든다는데….

담당의사의 불친절도 그렇고 큰 수술인 만큼 또다시 소견서를 써가지고 다른 병원엘 가보았다. 먼저 병원과는 너무 판이했다. 어린아이에게 가끔 일어나는 증상으로 간단한 절차로 치료되며 선천성 기형은 더더욱 아니란다.

게다가 치료절차까지 하나하나 소상히 설명해 주는데 어찌나 친절했던지 의사선생님 얼굴이 그렇게 미남으로 보일 수가 없었다. 며칠뒤 하루만의 입원으로 수술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병원을 나올 때 병원 설립자의 동상위에 걸린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여러 사람의 얼굴이 오버랩됐다.

김승철(경기 광명시 하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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